초록의 시간 235 맑음이 주는 위로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
여름은 여름입니다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마구 휘날리다가도
금방 하늘이 파랗게 맑아지니까요
맑음이란 참 좋은 것이고
괜찮다는 말 또한
맑음만큼이나 좋은 것이죠
날씨가 하늘의 기분이라고 말하는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는
인간의 마음과 하늘의 기분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실 같은 존재인
맑음 소녀가 나옵니다
맑아져라~ 하면
뚝딱 맑아지는 게 아니라
몸의 일부가 투명해지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진심이 하늘에 닿아
비로소 맑음 한 조각을 얻을 수 있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갇힌 듯한 답답한 마음의 빛을 찾아
작은 섬마을을 떠나 도쿄로 온
가출소년 호다카(다이고 코타로)에게
맑음 소녀 히나(모리 나나)가 말하죠
'지금부터 하늘이 맑아질 거야'
파란 우산을 쓴 가출소년 호다카가
노란 우산을 쓴 맑음 소녀 히나에게
마음을 고백하려는 순간
하늘로 날아오르는 소녀 히나가
바로 날씨의 아이랍니다
'사람의 기분이란 게 참 신기해서
창밖에 펼쳐지는 아침 하늘이
푸르다는 이유로 마음에 활기가 넘치고
단지 하늘이 푸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된다'는
가출소년 호다카의 말처럼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고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한 일이긴 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면
마음도 저절로 맑고 푸르러지니까요
배를 타고 섬을 떠나는 호다카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주르르 미끄러지다가
스가(오구리 슌)의 도움을 받게 되죠
호된 소나기 후 떠오르는 무지개 풍경 위로
또다시 도쿄에는 비가 쏟아져 내리고
호다카는 스가의 명함을 받게 됩니다
도쿄 소년이 된 호다카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하지만
미성년이라 쉽지 않아요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고생 고생하다가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생 히나에게
햄버거 하나 얻어 맛있게 먹으며
열여섯 살 인생 햄버거를 만나기도 합니다
편집대행 일을 하는 스가의 사무실에서
이상기후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인기몰이 중인
맑음 소녀를 취재하게 된 호다카는
100% 맑음 소녀 히나와 함께
맑은 날씨 선물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백중날은 죽은 이의 영혼이
가족들 곁에 다녀가는 날이라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남편이 죽은 후 맞는 첫 백중날인데
비가 오면 남편의 영혼이 돌아오기 힘들 거라고
불을 피워 연기를 타고 이 세상에 다녀갈 수 있게
마중 불을 피우자는 할머니 이야기에
히나도 엄마가 작년에 돌아가셨으니
올해가 엄마의 첫 백중날이라고 하며
맑은 날씨를 선물하죠
일 년 전 아픈 엄마를 위해
단 한 번만이라도 더
엄마랑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있고 싶어서
간절히 두 손 모아 온 마음으로 기도하다가
빛의 웅덩이 같은 신사의 대문을 통과한 그때부터인 듯하다고 히나가 말해요
간절한 기도 끝에 비를 멈추게 된 히나는
그때부터 하늘과 이어져 날씨의 아이가 된 거죠
하늘을 맑게 하는 힘을 가진 맑음 소녀 히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소녀 가장으로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 나기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런데 날씨를 치료한다는 무녀에게는
슬픈 운명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날씨가 맑아질 때마다 몸의 일부가 투명해져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히나는 하늘을 맑게 하는
맑음 소녀 노릇이 좋다고 하죠
8월에 내리는 폭우와
느닷없이 쏟아지는 눈 속에서
히나와 동생 나기는 미성년이라
아동 상담소 직원들에게 쫓기고
호다카는 가출소년이라 경찰에 쫓기게 됩니다
맑은 날씨를 대가로 히나는 사라지고
맑음 소녀가 되어 호다카에게 웃음을 주고 투명하게 사라진 히나를 찾기 위해
호다카는 경찰로부터 달아납니다
'어른이 돼라 소년'
미성년자인 호다카를
사무실에서 내보낸 후 스가가 말해요
'나이가 들면 소중 힐 것들의 순서를
바꾸지 못하게 된다'는 중얼거림이
빗소리처럼 쓸쓸합니다
이상기후로 물바다가 된 도쿄는
히나의 희생으로 맑은 날씨를 되찾아
여름다운 여름날로 돌아오지만
맑은 날씨의 대가로 히나가 사라졌다며
히나를 찾기 위해 달아난 호다카를 찾아
스가의 사무실에 온 경찰 야스이의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게 부럽다'는 말에
스가는 딸 모카를 생각하며 눈물 주르르~
낡고 부서진 건물의 비상계단을 올라
히나를 찾아 하늘로 올라가겠다는
호다카에게 도망치지 말고 맞서라고
스가는 응원의 말을 던집니다
'사랑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까
네가 준 용기를 널 위해 쓰고 싶다'는
노래와 함께 호다카는
하늘 물고기를 타고 날아오릅니다
새파란 하늘에서 히나를 만나
손 잡고 함께 내려오며 호다카는 말하죠
'넌 이제 맑음 소녀가 아니야
다시 맑은 하늘 못 봐도 좋아
날씨 따위 상관없어 네가 더 소중해
너 자신을 위해 기도해 히나'
그렇게 다시 도쿄에 비가 내리고
소년과 소녀는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비가 그치지 않아 도쿄는 물에 잠긴 후
3년이 지나 호다카는 졸업을 하고
다시 도쿄로 오죠
엔딩곡의 가사가 호다카의 고백 같아요
'세상이 네 어깨에 얹힌 게
내 눈에만 보여서 건넬 말을 찾았어
너의 괜찮음이 되고 싶어
너를 그저 괜찮게 해주고 싶은 게 아니라
너의 맑음이 되어 괜찮음이 되고 싶어'
빗물과 함께 흐르는 엔딩곡을 배경으로
드디어 만나는 소년 호다카와 소녀 히나는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웃어요
'우린 괜찮을 거야'
그럼요 괜찮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맑음이 되고
서로의 괜찮음이 되어줄 테니까요
비 풍경이 아름답고 여름 눈도 신기하고
서로에게 맑음이 되어 괜찮음이 되고 싶은
소년 호다카와 소녀 히나의 마음이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날씨의 아이'
소나기 퍼붓고 난 후 떠오르는
마음의 무지개를 만날 수 있으니 좋고
누군가의 맑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떠올라서
그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맑아지고 괜찮아지는
감성비 촉촉 애니메이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