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60 긴 머리의 시간

자매들의 뷰티살롱 38

by eunring

머리가 자꾸만 자라고 있어요

긴 머리보다는 짧은 머리를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 머리를 깡총 자르는 바람에

소년으로 오해받은 기억이 나서 푸훗 웃어요


이제는 머리를 치렁하니 길러도

아무도 긴 머리 소녀라고 하지 않을 테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피식 웃고 말 일~


꼭 필요한 외출만 하다 보니

머리 손질까지도 게을러져서

부스스한 머리를 깜장 고무줄로 묶었다가

엄마에게 한 소리 얻어듣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밉다고 못마땅해하시면서

그래도 옷은 예쁘다~십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옷만 예쁘고

머리는 밉다는 말씀인 거죠

그럴 수밖에요

머리는 패알못 내 머리지만

옷은 패피 동생이 고른 옷이거든요


머리를 깜장 고무줄로 묶지 말고

단정하게 자르고 파마도 하라는

엄마의 한 말씀에

나도 한 마디 덧붙입니다

나 삼손이야 머리에서 힘이 나와~


긴 머리 삼손 이야기를

엄마도 어렴풋이 기억하십니다

오래전 엄마가 젊고 고우셨을 때

영화 '삼손과 데릴라'를 보셨답니다

긴 머리 삼손이 머리를 잘리고

힘을 빼앗겼다고 하시네요


아주아주 오래전 영화를

어릴 때 성탄절 특선으로 본 기억이 납니다

삼손이 맨손으로 사자와 싸우는 장면과

노예가 된 삼손이 연자방아에 묶인 채

방아를 돌리던 안타까운 장면과

신전의 기둥이 무너지던 장면 등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에 비견되는

구약성서 속 마지막 판관이며 영웅인 삼손은

태어나 한 번도 자르지 않은 긴 머리가

무한한 힘의 원천이었죠


삼손은 이방인 여인 데릴라의 유혹에 빠져

힘의 비밀을 알려주는 바람에

잠을 자다가 머리카락을 잘리고

힘을 잃고 적에게 붙잡혀 눈까지 잃게 되죠


짧은 머리 사랑꾼 삼손이 말합니다

'내 두 눈이 볼 수 있었을 때도

나는 장님이었어'

맴찢 대사를 중얼거려 봅니다


어쨌거나 비죽비죽 길어지는 머리가

어깨에 닿기 전에 자르기는 해야겠어요

머리 스타일은 패션일 뿐

삼손처럼 긴 머리에서

무한한 힘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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