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61 엄니랑 소꿉놀이
소꿉놀이하듯이
엄니랑 소꿉놀이하듯이
아기자기 밥상을 차린다는
친구님의 밥상 사진을 보는데
콧잔등이 시큰합니다
올망졸망 그릇에 담긴
친구님의 사랑과 정성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고
절반은 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린이용 식판에 오순도순
맵지 않고 짜지 않고 부드러운 반찬들과
순한 고깃국물 필수로 챙기는
동생 그라시아표 울 엄마 밥상이랑
어쩌다 내가 챙기기도 하는
꼬맹이 그릇 3 총사 반찬에
예쁜 백설공주가 그려진
분홍 숟가락과 포크가 귀엽게 놓인
울 엄마 밥상도 떠올라요
손주들 어릴 적에
밥그릇 들고 따라다니며
한 숟가락이라도 더 챙겨 먹이려고
종종걸음 치시던 할머니였던
우리들의 젊고 고우셨던 엄마들이
이제는 말썽꾸러기 아가들처럼
밥상 앞에서 입 비죽 내민 채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시니
세월은 돌고도는 게 맞는가 봐요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배우고 또 배운
밥알 하나도 버리면 안 되는 법칙을
안타깝게도 요즘 나는 지키지 못합니다
밥을 얼마간 남기시는 엄마의 습관에 맞춰
그 얼마간 밥을 더 눌러 담아 드려요
그래야 한 숟가락이라도 더 드실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세월은 돌고 돌아
우리들의 인생도 돌고 또 돌아
언젠가는 나도 밥상 앞에서
괜히 투정 부리는 얼라 마음이 될 텐데
딸이 없는 내 밥투정은 누가 받아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