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63 비와 커피와 수국의 계절
커피 친구 보랏빛 Jip
유월은 비와 커피와 수국의 계절이죠
아침마다 커피 한 잔 사러 가는 길에
보랏빛 향기 뿜뿜 수국 아씨를 만나는
재미 덕분에 마음이 설렙니다
분홍인 듯 파랑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랏빛으로 영글어가는
수국의 진심이 곱고도 살뜰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름표가 꽂혀 있어요
Jip 수국이랍니다
처음부터 보랏빛은 아니었대요
꽃이 피어나기 시작할 때는
하양이나 연둣빛이다가
흙이 품고 있는 성분에 따라
핑크 수국이나 파랑 수국이 되기도 하고
보라 수국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까 수국은
물과도 같은 꽃인 거죠
자신을 고집하지 않고 흐르다가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게
모난 그릇에는 모나게 담기는 물처럼
수국의 빛깔도 그러합니다
흙이 머금고 있는 성분에 따라
분홍으로 파랑으로 보랏빛으로
얼굴빛을 달리 한대요
꽃이 간직한 안토시아닌 성분이
흙에서 흡수하는 성분에 따라
붉어지거나 푸르러지는 거죠
푸른색과 붉은색의
리트머스 종이가 생각납니다
푸른색 리트머스 종이에 사이다를 묻히면
붉은색으로 변해서 신기했었죠
학생 시절 게을리했던 화학 공부를
수국을 보며 새삼 하고 있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합니다
수국은 이름도 다채로워요
별수국도 있고 나비수국도 장미수국도 있고
팝콘수국도 있어서 이름만 불러봐도
기분이 팝콘 터지듯 상큼해져요
빗물 머금은 하늘 아래
커피 한 잔과 보랏빛 수국이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유월의 첫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