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69 당신의 눈물입니다
영화 '파리의 인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랍니다
사랑스러운 인어 룰라(마릴린 리마)와
감성 뿜뿜 훈남 가스파르(니콜라스 뒤보셀)의
판타지 로맨스랍니다
동화처럼 예쁘고 순수한 사랑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거죠
현실에 없는 순수한 사랑이니
판타지일 수밖에 없으나
예쁘고 아름답고 따사롭습니다
그런데요 '파리의 인어'를
자꾸만 '파리의 언어'로 봅니다
기억나는 단어는 '봉쥬르' '메르시' 정도지만
몽글몽글 프랑스어가 매력적이긴 하죠
사랑을 속삭일 때는 프랑스어라는 말도 있듯이
파리에 가지 않아도 파리에 가 있는 듯
센 강변에서 인어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듯
'내 추억의 유령들은 바에 있어요'라는
암호를 대면 금방이라도
배 깊숙한 곳에 비밀처럼 숨어 있는
플라워버거의 문이 활짝 열리고
가스페르가 민트빛 욕조에 앉아서 넘기는
재미난 팝업북이 꽃처럼 펼쳐질 것 같은
따뜻한 감성 영화 '파리의 인어'는
인트로가 재미납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가스파르가 새벽의 파리를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달리는 현실의 장면과의 연결이 매력적이고
푸르스름한 파리의 새벽 풍경이
신비롭고 아름다워요
사랑의 실패와 상처로 인해 심장이 고장 나
사랑은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고
중절모와 슈트 차림에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며
플라워버거 선상 식당에서 노래하는
차가운 심장을 가진 눈꽃 남자 가스파르는
목숨 같은 사랑을 내어 주었다고 노래하죠
뭐든 모아두는 습관을 가진 그가
이 세상 마지막 인어 룰라를 만납니다
그런데요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는
모두 죽게 된다는군요
남자들은 인어 룰라의 노래를 들으면
깊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러다 심장이 터져 죽는다는 거죠
자칭 목욕탕 가수인 가스파르는
자신의 심장은 예전에 여러 번 터져서
이제 더는 아무 느낌이 없고
사랑은 끝났다고 하죠
자신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 노래뿐이라
아름다운 노래로 사람의 심장을 터뜨리는
마지막 인어 룰라와
사랑의 상처로 심장이 고장 난 남자
가스파르의 잘못된 만남인 셈입니다
그런데요 인어 룰라를
민트 욕조의 물속에서 보살피다가
이웃집 로지(로시 드 팔마)가 놓고 간 담배로 인해
가스파르의 집이 불에 타게 됩니다
잠시 로지의 핑크 욕조로 옮겼다가
물속으로 돌려보내기로 하는데
그 전에 파리식 생선가스와
목욕탕 가수의 노래를 원한다는
룰라의 바람대로
룰라와 함께 노래하며 가스파르는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지게 된 가스파르는
사랑을 하면 어떠냐는 룰라의 물음에
'사랑은 기쁜 것이고
아주 많이 쓰라린 것'이라라고 대답하죠
물속으로 데려다 주기 전에
톡톡을 타고 플라워버거에 들러
서프라이저들의 전통에 따라
룰라의 머리 위에서 빨강 하트 주머니를 깨뜨리자
붉은 장미꽃잎처럼 흩날리는 하트하트는
인어 룰라처럼 사랑스러워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기뻐요'라는
인어 룰라에게 가스파르는
최고로 아름다운 거절이라고 답하죠
톡톡이라 불리는 삼륜차를 타고 달리다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모니카를 불기도 하고
수족관에서 함께 헤엄치는 두 사랑은
이미 파리의 연인입니다
'면역이 되었는데 막상 떠난다니 섭섭해요
가지 마요 함께 있으면 그리울 일도 없을 거예요'
가지 말라고 붙잡는 가스파르
그러나 떠나야 하는 인어 룰라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진
가스파르와 인어 룰라의 사랑은
그들의 눈물인 진주를 남겨요
민트 욕조의 물속에서 룰라가
진주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진주가 영롱하게 맺혀 떨어지는데
이별의 아픔이 또록또르르 떨어지는 듯~
'가스파르~ 마음이 쓰라려요 아주 많이요'
그렇게 사랑을 고백하는 룰라를
두 번의 해가 뜨기 전에
물속으로 떠나보내는 가스파르의
눈꽃 심장에서도 이별의 아픔이 녹아내립니다
'당신 친구에게서 나온 진주를 분석했는데
순도가 탁월한 진짜 진주이고
금과 다이아몬드도 박혀 있어요
그 보물은 당신 거예요
당신의 눈물이기도 하니까요'
룰라를 물속으로 돌려보내고
병원 연구원 마르탱의 메시지와
진주 소포를 받은 가스페르는
아버지의 배와 진주를 맞바꾸고
룰라를 찾기 위해 플라워버거 타고 떠납니다
파리라 쓰고 낭만이라 읽고
파리의 인어를 보며
마법 같은 사랑을 떠올리며
화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에
마음이 사르르 물드는
몽환적인 순간순간들이
룰라의 진주 눈물처럼 영롱합니다
엔딩곡으로 흐르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를 들으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세이렌을
잠시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바다에 빠뜨린다는 세이렌도
우리들 상상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거니까요
'강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대사를 생각하며
넉넉하지 못한 상상력이라도 총동원해서
지금 이 순간만이라도 바꾸어 보고 싶어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꾸면 되니까요
전부가 아니라면 일부만이라도
그것도 쉽지 않으면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