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0 들장미 소년의 노래
짙푸른 쓸쓸함으로 젖어드는
늦은 밤 산 아래 친구와
들장미 향기로 젖어드는
해맑은 소년의 노래를 들으며
깨톡 깨톡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가 쑥쑥 자라 소년이 되고
얼굴에 사랑이 가득해서 보기 좋다고
밝아지고 더 맑아져서 좋다고
사랑이 한 아이를 키우고
아이에서 소년으로 잘 자라주어
보기 좋다고 친구와 주고받다가~
그래도 혼자 있을 땐
짙푸르게 외로울 거라고
아마도 저 혼자는 허망할 거라고
그래서 들장미 향기 그윽한
고운 노래가 되어 나오는 거라고
중얼거리듯 안쓰러움을 나눕니다
그러다 산 아래 친구가
짙은 산 그림자처럼 덧붙입니다
'어린 날~ 쓸쓸했다
선명히 생각난다
노래하는 저 아이는 더하겠지
외로움과 쓸쓸함까지도 단단히 여미면서
자신의 삶과 노래를 확고히 굳히면 좋겠다'
친구의 중얼거림 끝에
나도 강물의 그림자처럼 덧붙입니다
'나도 쓸쓸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것이 쓸쓸함이 뭔지도 모르면서
고요히 해가 질 무렵이나 소란소란 비 올 때
검푸른 밤하늘에 무심히 조각달이 뜨고
뭇별들이 무수히 소리도 없이 반짝일 때
지금 생각하니 웃프지만
소리도 없이 외롭고 적막하고 쓸쓸했다
근데 친구야 너도 그랬네'
서로의 중얼거림 끝에
비슷한 기억의 푸른 물빛 한 자락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으니
우린 친구가 맞다며 서로 웃습니다
'그랬지
푸른 물에 멍든 것처럼
마음이 술렁거려
종이를 뜯어 씹기도 했었다
허무해서'
지금은 허무도 그냥 스쳐간다고
텅 빈 것이 오히려 여유롭고 편안하다고
산 아래 친구와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깨톡 대화는 들장미 향기로 그윽합니다
오래전 한 아이가 보았던 들에 핀 장미는
외로움 한 송이에 쓸쓸함 또 한 송이로
몽실몽실 기억의 정원 한가득
사시사철 줄지어 피어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