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71 착한 동화가 아니랍니다
영화 '헨젤과 그레텔:마녀 사냥꾼'
착한 동화가 아니랍니다
총과 석궁을 든 헨젤과 그레텔이라니
동화 속 착한 남매가 아니라
마녀 사냥꾼 헨젤과 그레텔이라는군요
공포와 액션 호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마녀 사냥 판타지를 기대하며 일단 봅니다
때로는 취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도 있으니까요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림 형제의 해피엔딩 동화가
노르웨이 감독 토미 위르콜라의 손에서
완전 변신한 영화랍니다
토미 감독의 말에 의하며
'동화에 나오는 헨젤과 그레텔의
어둡고 소름 끼치는 이야기가
어린 내게 강한 충격을 주었고
어두운 과거와 마녀에 대한 증오심을 가진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훌륭한 마녀 사냥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는 거죠
'헨젤과 그레텔:마녀 사냥꾼'은
그래서 착한 동화가 아닌 잔혹 영화가 되었어요
달밤에 숲에 버려진 남매 헨젤과 그레텔은
아버지가 왜 자신들을 숲에 버렸는지 모른 채
배고픔에 시달리고 추위에 떨다가
사탕으로 만들어진 집에 들어가게 되죠
사탕으로 만든 집에는
나쁜 마녀가 살고 있었는데
헨젤과 그레텔 남매는
나쁜 마녀를 화로에 넣어 불태우고 탈출
마녀 사냥꾼으로 활약하던 중에
11명의 어린이들이 사라지는 일이 생기자
총과 석궁을 들고 마녀 사냥에 앞장서는
최강 남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핏빛 달이 뜨는
마녀들의 신성한 밤에
큰 마녀 뿔 마녀 빨강머리 마녀 등등
꽁꽁 숨어있던 마녀들이 한꺼번에
빗자루 타고 우르르 쏟아져 나온답니다
헨젤(제레미 레너)과 그레텔(젬마 아터튼)
마녀 사냥꾼 남매의 활약상을 스크랩까지 해둔
팬심 가득한 소년 벤(토마스 만)이 물어요
어릴 때 마녀를 불태워서
마녀의 마술이 통하지 않느냐는데
대답 대신 얼버무리는 남매에게는
뭔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어 보이죠
착한 마녀 미나(필라 비탈라)에게
커다란 호박을 대신 들게 하더니
마녀가 사탕만 먹여 병들었다고
그래서 주사를 안 맞으면 죽는다며
주사를 놓는 헨젤에게 착한 마녀 미나가
'당뇨에 걸리셨군요' 말하는데
웃음 푸훗 깨알 재미도 있고
'잘생기셨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피하지도 않고'
덧붙이며 웃는 미나가 사랑스러우니
이건 분명 틈새 로맨스인 거죠
그 큼직한 호박의 용도가 궁금했는데
소년으로 위장한 호박머리였어요
빗자루 마녀들은 괴이하지만 허당이고
녹음 메시지로 마녀를 유인하는 남매의 활약은
부서지고 망가지고 때려 부시고 불타오르며
통쾌하긴 합니다만 동화스럽진 않아요
부모님께 버림받은 게 사실이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던 그레첼은
소년 벤의 스크랩 속 화형 된 마녀가
오래전 마을밖에 살던
자신들의 엄마였던 것을 알게 됩니다
자존심 구긴 채 나무에 박쥐처럼 매달려 있다가
착한 마녀 미나의 도움을 받는 헨젤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미나와 함께
약수에 들어가는 깨알 로맨스 행각을 벌이는 동안
숲에서 붙잡혀 피범벅이 된 그레텔은
트롤 에드워드의 도움을 받아요
동생을 찾으면 다시 만나러 와달라는
착한 마녀 미나는 예쁜 데다 순수하고
그레텔의 상처를 치료하며 보살피는
에드워드는 왜 구했느냐는 그레텔의 물음에
트롤은 마녀를 섬긴다고 대답하죠
숲 속 예전 살던 집에서
다시 만난 남매에게
나쁜 마녀 뮤리엘(팜케 얀센)은
착한 대마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랜 시간 후에 돌아온 남매의 집은
아드리아나 착한 대마녀의 집이었답니다
옛날 한 농부가 착한 마녀와 사랑에 빠져
남매를 키우며 살았는데
마녀들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는
착한 대마녀의 심장이 필요했더랍니다
착한 대마녀의 딸인 그레텔의 심장을 노리고
헨젤과 그레텔 남매를 데려간 것인데
남매의 엄마는 착한 마녀답게 자존심을 지키며
변명하거나 마법을 쓰지 않고
화형을 당했다는 거죠
부모는 남매를 버린 게 아니라
남매를 위해 죽은 것이었고
핏빛 달님이 뜨는 신성한 밤에
마녀들이 영원불멸의 힘을 지니기 위해
대마녀의 심장이 다시 필요해진 거랍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 재료인
그레텔의 심장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착한 마녀 미나와 소년 벤과 함께
헨젤이 그레텔을 구하러 옵니다
빗자루 탄 마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핏빛 달이 뜨는 밤의 축제가 열리고
착한 대마녀 그레텔의 심장을 뺏으려는데
그레텔은 트롤 에드워드가 구하고
납치된 아이들은 헨젤이 구하죠
안타깝게도 쓰러진 에드워드를
그레텔이 구하는 장면이 재미나요
수동 심장충격기가 깨알 재미를 줍니다
해가 떠오르자 달아나던 마녀 뮤리엘이
소년 벤을 잡아 협박하는 바람에
착한 마녀 미나는 자신의 목숨으로
헨젤을 살려요
하필이면 어린 시절 헨젤과 그레텔 남매가
붙잡혀 사탕만 먹던 집에서
착한 마녀 미나가 펼친 사랑의 마법은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아
살아난 헨젤 대신 죽는
착한 마녀 미나가 안타깝지만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니까요
뮤리엘과 싸워 물리치는 헨젤과 그레텔은
복수한다고 과거를 바꿀 수 없고
부모님을 다시 살릴 수는 없으나
통쾌하다는군요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되고
자신들의 힘과 능력을 알게 되었으니
더 힘차게 마녀들을 무찌르겠죠
함께 뭉친 헨젤과 그레텔과 벤
그리고 트롤 에드워드
4인조의 마녀사냥은 계속된답니다
미나처럼 사람을 돕는 착한 마녀를 만나면
부디 곱게 살려 주기를~
희망과 용기를 주는 착한 동화가 아닌
통쾌한 허무를 덥석 안겨주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 영화를
무심히 보고 있으니
나도 어른이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납니다
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거든요
착한 동화가 아닌
핏빛 잔혹 영화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