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90 그녀의 행복 걸음

토끼풀과 민들레 사이에서

by eunring

그녀의 반짝이 구두를 봅니다

블링블링 그녀의 시간을 봅니다

엄마의 마음 닮은 노란 민들레꽃과

토끼 같은 자식들의 하얀 토끼풀꽃과

보송한 민들레 씨앗들 사이에 서 있는

그녀의 한 순간을 봅니다


또박또박 걷던 걸음을 멈추고

금방이라도 고개 숙여

새하얀 토끼풀꽃을 두 줄기 꺾어 들고

풀꽃반지를 만들 것 같은

그녀의 마음은 아직 소녀입니다


그녀는 그냥 서 있군요

풀꽃반지를 만드는 대신

엄마의 마음 닮은

샛노란 민들레꽃을 바라봅니다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민들레꽃이 고마워서

잠시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노란 꽃 이파리 떨어지고 나면

꽃이 지고 난 꽃자루 끝에

열매가 동그랗게 매달리고

열매에는 우산 모양의 깃털이

보송보송 피어나 씨앗들이

후~바람 타고 날아갑니다


흔히들 민들레 홀씨라고 부르지만

홀씨가 아니라 씨앗이래요

꽃이 피는 꽃식물은 씨앗으로 번식을 하고

꽃이 피지 않는 민꽃식물은 홀씨로 번식하는데

민들레는 꽃이 피는 꽃식물이니

홀씨가 아니라 씨앗인 거죠


씨앗이 되어 훌훌 날아가

낯선 세상을 바람 따라 떠돌다가

양지바른 곳에 발 붙이고

마음 붙여 뿌리내리는

민들레 노란 꽃을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마음의 걸음도 멈춘 듯해요


엄마의 딸이어서 미안하고

자식들의 엄마여서 조심스러운

순간과 마음들을 잠시 접어

민들레 씨앗에 실어 날려 보냅니다


오늘 하루는 엄마도 딸도 아닌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자유롭게 나풀대며

토끼풀과 민들레 사이에서

반짝이는 그녀의 걸음걸음은

한 송이 눈부신 행복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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