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191 내 모자 딱풀 모자
자매들의 뷰티살롱 39
새파란 하늘이 개운해 보이는 아침
보송한 흰구름이 둥실 여유롭고
기분 좋은 바람까지 살랑이며
옷깃을 스칩니다
엄마네 아파트 화단의 감나무 초록잎이
유난히 싱그럽게 나부끼는 모습이 좋아서
올려다보며 바람이 상쾌하다고 했더니
엄마가 감이 열렸다고 좋아하십니다
찬찬히 올려다보니 엄지손톱만 한
어린 감들이 조랑조랑 맺혀 있어요
감꽃과 함께 우수수 떨어진
올망졸망 어린 감들을 감또개라 부르는데
어릴 적에 땅에 떨어진 감꽃을 주워
예쁜 목걸이를 만들던 생각이 납니다
엄마와 나는 같은 바람 다른 생각인 듯
엄마는 꼬맹이 적에 부르시던
대추 노래를 가만가만 읊조리십니다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떨어져라
아이들아 주워라 어른아 뺏어라
아이들아 울어라'
그런데 어쩌나요
불어대는 바람에 대추 대신
꼬맹이 감 하나가 톡 떨어집니다
게다가 엄마의 모자까지
핑그르르 바람에 날아갑니다
엄마 패션의 완성은 모자인데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될 일~
손 내밀어 바람 모자를 주워 드는데
엄마가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리십니다
이상타~ 내 모자는 날아가는데
니 모자는 안 날아가네
웃으며 내가 대답합니다
엄마 모자는 바람 모자
내 모자는 딱풀 모자
엄마 모자는 바람 불면
대추처럼 떨어져 날아가지만
내 모자는 바람 불어도 안 날아가고
머리에 딱 붙어 있는 딱풀 모자랍니다
바닷가에서 쓰고 있어도
바닷바람에 휘이 날아가지 말라고
친구님이 선물해 준 요술 모자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