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10 어쩌다 공주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어릴 적 철없는 생각에
동화 속 공주를 꿈꿔본 적도 있었던 듯
그러나 철이 들어가면서부터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하는 공주보다는
내 맘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쑥쑥 자라났던~
그래도 어쩌다 보는 공주 영화가 재미난 거 보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소녀 감성이
아껴둔 무지개 솜사탕처럼 남아 있는 듯~^^
인생의 목표가 투명인간이라는
수줍은 교복소녀 미아(앤 해서워이)는
존재감 1도 없는 고등학생이죠
릴리(헤더 마타라조)의 친구일 뿐이고
부스스하고 구불구불한 긴 머리에 안경을 쓰면
보이지 않아 있는 줄도 모르는 투명인간 같은
수줍고 내성적인 평범 소녀 미아가
알고 보니 공주였답니다
제노비아 영사관에서 만난 할머니
클라리스 리날디 여왕(줄리 앤드류스)이
제노비아 문장이 새겨진 펜던트를 건네며
'너는 그냥 아멜리아가 아니라 공주란다
네 아빠는 그냥 아빠가 아니라 황태자였고'
그렇게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거랍니다
황태자이던 아빠 필립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미아가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대학생이던 미아의 엄마 헬렌(캐롤라인 구덜)은
남편의 그림자에 갇혀 살고 싶지 않아
어린 나이에 이혼을 했었다는군요
화가인 엄마 헬렌과 함께
15년을 평범 소녀로 살다가
5분 만에 제노비아 공주가 되는
느닷없는 현실 앞에서 미아는 대략 난감~
'난 공주가 싫어'
인생의 목표가 투명인간인 미아는
당장이라도 현실 밖으로 달아나고 싶지만
제노비아 독립기념 무도회가 열리는 날까지
공주 수업을 받으며 스스로
왕족이 될지 말지 결정하기로 합니다
보안대장 조세프(헥터 엘리존도)가
누구도 자신의 본질을 거절할 수 없다고
멋진 멘트를 날리며 미아를 다독입니다
'어깨 펴고 웃어요
모두 공주님을 반길 거예요'
클라리스 여왕의 오직 하나뿐인
손녀 미아가 배꽃 향기 그윽한 나라
제노비아의 공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지 않아요
만찬장에서의 엉뚱한 실수 연발로
평소 웃지 않던 엄근진 귀족들을 웃게 만들고
풀 죽어 축 어깨 늘어뜨린 미아를
할머니 여왕은 오히려 재밌었다며 다독이죠
공주 수업을 취소하고
여왕의 일정도 취소하고
놀이공원에서 하루 놀자는
클라리스 여왕은 여왕이기 전에
미아의 할머니로서 따스함을 안겨줍니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조국과 민족의 사랑을 가릴 수 없다며
스스로 후계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미아의 아빠 필립 황태자의 이야기도 듣게 되고
미아의 고물 자동차 머스탱 접촉사고 후
멋지고 우아하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할머니 여왕의 지혜로움에 감탄하며
미아는 공주의 품격을 배워 갑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공주 되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절친 릴리와 남자 친구
마이클(로버트 슈왈츠먼)을 바람 맞히고
인기쟁이 조쉬와 함께 한 해변 파티 소동으로
매스컴의 집요하고 짓궂은 주목을 받기도 하며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미아가 부러워
질투가 났다는 릴리의 말에 고개 끄덕이면서도
미아는 자신감을 잃고 혼란에 빠져듭니다
할머니로서 가혹했다는 직언을
조세프는 클라리스 여왕에게 서슴없이 건네고
아빠의 유품에서 나온 미아의 16세 생일 선물을
미리 건네며 할머니 여왕은 미아를 다독이죠
공주는 동화 속 예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극한직업이라는 할머니 여왕에게
자신은 겁쟁이라 어려울 거라고
미아는 고개를 떨굽니다
'나는 널 믿는다
네가 직접 지위 포기 연설을 하렴
넌 내 가장 소중한 손녀야'
여왕이기 이전에 할머니니까요
마음의 갈등을 겪으며
무도회에 갈 시간에 주저앉아
아빠의 다이어리에 들어 있는
편지를 읽는 미아에게
아빠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미아의 열여섯 살 생일 선물로
가문의 전통인 지혜와 왕위를 넘겨준다는
아빠의 말씀이 미아에게 용기를 줍니다
'용기란 무서움을 모르는 게 아니란다
다른 무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릴 줄 아는 거야
용감한 사람은 오래 살지 못하겠지만
겁쟁이는 제대로 살지 못해
이제부터 너는 네가 생각하는 네가 되든지
아니면 네가 될 수 있는 네가 되든지
중요한 건 너 자신이 그 길을 따라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하는 거야'
엄마를 진심 사랑했다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비가 오는데 고물 자동차 머스탱을 타고
후드 트레이닝에 청바지를 입은 미아는
무도회장으로 달려갑니다
sorry 피자를 받은 남자 친구 마이클도
무도회장으로 향하죠
'별똥별을 잡아 주머니에 넣어요
빛을 잃지 않게 아껴두어요'
비에 쫄딱 젖은 미아가 조세프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착해서 빗물 뚝뚝 평상복 차림 그대로
멋지게 연설을 하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이젠 두렵지 않아요
아빠가 도와주셨거든요
엄마가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공주를 포기하면 편안함 뒤에 슬픔이 밀려들겠죠
하루 종일 나 자신만 생각한다는 것보다
공주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면
더 가치 있을 거'라며 미아는
공주가 되기로 선언합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미아였으나
지금은 아멜리아 공주'라는 미아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할머니 여왕의
말씀 한 마디가 다정하고 포근해요
'너처럼 생긴 한 사람을 알거든'
미아가 누구냐고 묻자
'바로 나'라며 웃는 할머니 클라리스 여왕은
기품미 뿜뿜 날려주시고
그렇게 미아는 아멜리아 공주가 되어
공주 드레스를 예쁘게 입고
턱시도 차림으로 무도회에 온 마이클과
사랑스럽게 춤을 줍니다
'왜 나야?'냐고 묻는 마이클에게 건네는
미아 공주의 대답이 명쾌합니다
'넌 내가 투명인간일 때도 봐주었거든'
어쩌다 공주라고 시작했으나
어쩌다 공주는 세상에 없는 거죠
마음이 공주여야 진짜 공주인 거고
스스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진심 공주가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가 울 엄마 아부지의 공주였듯이
세상 모든 딸들은 태어나는 순간
세상 모든 부모님의 공주인 거죠
어쩌다 공주가 아니라
천생 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