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2 하모베를 아시나요?
하이든 '놀람 교향곡'
우두커니 TV를 보는 둥 마는 둥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두고 있으니
큰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에
부릉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에
교차로를 지나가는 구급차 소리까지
온갖 소리들이 밀려들어와
번잡하고 소란스러워요
졸음에 겨운 사람 눈을 뜨시오~라는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이 연주되는 중인데도
그다지 놀랍지가 않으니
이거야말로 깜놀할 일입니다
놀래 주려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깜짝 놀라기는커녕 무덤덤하니
귀가 무디어질 대로 무디어졌나 봅니다
하모베를 아시나요?
고전파의 대표 음악가인 세 사람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이르는 말이죠
열네 살 아래 후배이자 음악적 친구였던
자유분방한 모차르트가 존경하고
한참 더 아래인 청년 베토벤도
하이든의 제자가 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건너왔다고 해요
우아하면서도 재치가 넘치고
유쾌한 장난으로 신선한 즐거움을 주는
하이든의 '교향곡 제94번'을
'놀람 교향곡'이라고 부르는데요
하이든이 붙인 제목이 아니라
음악을 들은 청중들이 붙여준 별칭이래요
음악 속에서 늘 유쾌한 농담을 건네는
편안함으로 여전히 사랑받는 하이든의 작품에는
'시계 교향곡' '군대 고향곡' '고별 교향곡' 등
재미난 일화와 별칭이 붙은 교향곡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놀람 교향곡'이
제대로 놀라움을 준답니다
청중의 졸음을 깨우는 '놀람 교향곡'은
고요하고 단순하게 시작된 2악장이
서정적으로 여유롭게 흐르다가
느닷없이 갑자기 빵~
강하고 열정적인 팀파니 소리가 터지면서
졸음에 겨운 청중들의 귀를 두드려 깨우는 거죠
상냥하고 부드러운 음악이
나붓나붓 흐르다가
갑자기 큰북의 울림으로
놀람의 재미를 선물하는데요
꿈꾸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거나
현악기의 연주에 취한 부인들을 보고
하이든의 던진 장난이라고 하기도 해요
듣는 사람에 따라 깜놀이 될 수도 있고
진심 감탄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깜놀과 꿀잼 사이라고 할까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소댕(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문득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납니다
겁을 집어 먹은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크게 놀란다는 건데요
창밖을 지나가는
삐요삐요 구급차 소리에 놀라기보다는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에 재미나게 놀라는
여유를 갖고 싶은 요즘입니다
온화하고 쾌활하고
낙천적이고 넉넉한 하이든처럼
내가 먼저 하찮은 일에 놀라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놀람을 건넬 수 있으면 더 좋겠으나
그것도 부질없는 욕심이라면
미련없이 팽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