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3 고요한 마음과 즐거운 시간

멘델스존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by eunring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며

살랑살랑 바람에 나부끼고 싶을 때

번잡한 일상 속에서 훌쩍 떠나

다만 오롯이 혼자이고 싶을 때

답답한 시간 속을 서성이다가

마음만이라도 잠시 파란 바닷바람과

새하얀 파도소리에 젖어들고 싶을 때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듣습니다


멘델스존은 서른여덟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유복하게 지내며 여행도 많이 다녔답니다

그가 남긴 일곱 개의 서곡 중

네 번째 작품인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는

풋풋한 열아홉 살 되던 해 작곡한 것으로

이탈리아 여행 중 악상을 떠올렸다고 해요

그런데 실제 바다를 보고 쓴 것이 아니라

괴테의 시와 베토벤의 칸타타에서

영감을 얻었답니다


괴테의 짤막한 2펀의 시를 노랫말로

베토벤이 먼저 성악곡으로 작곡한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에

깊은 감동을 받은 멘델스존은

같은 시를 장르가 다른

연주회용 서곡으로 작곡했다는군요

같은 옷 다른 느낌인 거죠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하고 어두운 바다의 모습과

밝고 활기찬 바다를 대조적으로 그린

우아하고 로맨틱한 관현악곡이랍니다


괴테의 시 '고요한 바다'는

괴테가 카프리 연안을 여행 중에

바람 한 줄기 불어오지 않아

배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바다위에 머무르던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을 쓴 시라고 해요


풍랑이 없어 잔잔하고 평온하고

고요한 바다를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의 범선은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가는 배라서

바람이 불지 않으면 꼼짝할 수 없으니

무척 두렵고 불안하고 난감한 상황이었겠죠


'즐거운 항해'는

다시 바닷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바람의 힘을 받아 배가 움직이고

마침내 목적지인 항구가 보이는

안도감과 즐거움을 그린 시라고 합니다


멘델스존은 고요한 불안의 바다와

활기차게 출렁이는 희망찬 바다

전혀 다른 두 바다의 모습을

그림을 그리듯 음악으로 묘사했답니다


먼저 현악기와 클라리넷이

고요한 바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며

정적인 리듬으로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바람이 없어 바다에 갇힌

선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지듯이

바이올린과 비올라와 첼로의 노래가

파도와 바람을 기다리듯 머뭇머뭇 흐르고

바순의 부드러운 선율도 어우러지면서

첼로의 낮고 듬직한 소리 위에

플루트가 상쾌하게 높은 소리를 내며

기다리던 바람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바람이 불어와

즐거운 항해의 시작을 알리듯

목관 악기와 호른 연주가 경쾌하게 이어지면서

바람이 없어 갇혀 머무르던 불안이 사라지고

현악기들의 경쾌하고 활기찬 연주가

파도를 타고 일렁이는 바람처럼 흐르죠


즐거운 항해의 끝을 알리는

팀파니의 트레몰로와 함께

힘차게 울려 퍼지는 트럼펫의 팡빠레로

항구가 보인다는 것을 알려준답니다

즐거운 항해의 마무리는

모든 악기들이 소리를 모아

즐거움을 노래하며 고요하게 안착~


괴테의 시를 읽어봅니다

'바닷속 깊이 고요가 깃들어

바다는 잠잠하다

사공은 조심스럽게

잔잔한 바다를 휘둘러본다

어디에서도 바람 한점 일렁이지 않고

죽음 같은 고요만 무섭게 밀려온다

끝없이 넓은 바다에

물결 하나 일지 않는다'


'안개가 걷히고 하늘은 맑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는

단단히 묶은 끈을 풀어헤친다

바람이 살랑거리고

사공은 힘차게 움직인다

빨리 서두르자

물결이 갈라지고

드디어 육지가 보이는구나'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를 들으며

지금 우리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오가지 못하고 멈춰있지만

금방 훈풍이 불어오리라는 희망을 안고

고요한 마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잠시 누려보고 싶습니다


드디어 희망이 보이는구나~

외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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