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4 여름날 꽃밭에서

그녀의 꽃밭이랍니다

by eunring

엄마랑 아침 산책 중에

잠시 걸터앉는 자리가 있어요

산책이라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를

잠시 잠깐 어설프게 걷는 중에도

엄마는 다리가 아프다시며

자꾸만 앉고 싶어 하시거든요


엄마가 걸터앉으시는 자리 앞에는

둥그런 베고니아 화분이 있어서

앙증맞은 빨강 꽃들이 엄마를 반겨줍니다

그런데요 베고니아 꽃씨 한 알이

바람에 날려왔는지 엄마의 지정석 옆구리에

수줍게 피어나 배시시 웃고 있어요

작아서 더 사랑스럽고 야무진 꽃들도

잠시 자신의 꽃밭을 벗어나나 봅니다


평범한 삶은 싫다고 마이 웨이를 외치며

일부러 툭 떨어져 나왔는지

여행을 꿈꾸며 바람을 기다리다가

다른 꽃들은 가지 않는 한적한 길을 찾아

우연히 바람에 날려왔는지 알 수 없으나

외톨이 꽃 한 송이의 삶도

그 나름 애틋한 사연이 있을 테고

그 또한 애잔한 매력이 있는 거죠


이른 아침 핑그르르 날아든

그녀의 채송화 꽃밭 사진에도

따로 떨어져 홀로 피어난

한 송이 채송화가 덤으로 따라와

기특하고 대견한 마음에 가만가만

눈으로 어루만지며 바라봅니다


그녀가 채송화 꽃밭을 가꾸기 시작했답니다

앙증맞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채소화 꽃들이 마악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나 홀로 뚝 떨어져 피어난 채송화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는군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어요

습관처럼 머무르는 제자리에서 문득 벗어나

모든 것으로부터 뚝 떨어져 앉고 싶은~

이 작은 꽃 한 송이도 아마 그런 마음일 테죠


채 채송화에게 물어요

송 송이마다 매달린 꿈의 빛깔들이

화 화사한 만큼 외로운 거냐고~

채 채송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송 송이마다 매달린 꿈들을 어루만져요

화 화려한 꿈일수록 더 외로운 것임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이미 알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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