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25 사랑스러운 여름 이야기
영화 '테스와 보낸 여름'
연하고 아련한 색감이
무지개 솜사탕처럼 사랑스럽고
엉뚱 발랄 4차원 감성 소년과 돌발 소녀
샘(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과
테스(조세핀 아렌센)가 함께 하는
순수한 바다 빛 여름 여행이
여리고 풋풋하고 싱그러워요
네덜란드 테르스헬링 섬의
아늑하고 한적한 초록 풍경을 배경으로
여름과 섬과 바다가 함께 손 잡고
눈부시게 해맑은 푸른빛 물결이 되어
쏴아~ 밀려듭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 요러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온 소년 샘은
하얀 모래사장에 구덩이를 파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마지막 남은 공룡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지구에 마지막 남은 공룡이
죽음을 맞이할 때 얼마나 외로웠을까'
감성 톡톡 터지는 사색에 빠져듭니다
어린 소년이 불쑥 건네는
죽음과 외로움에 대한 질문이
엉뚱하고도 재미나고 한없이 진지해요
하필이면 그 구덩이를 지나가던 형이
다리를 다치게 되어 깁스까지 하게 되고
샘은 섬에서 우연히 테스 형이 아닌
테스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보자마자 살사를 출 줄 아느냐 묻는
테스 역시 4차원을 훌쩍 뛰어넘는
돌발 소녀죠
싱글맘인 테스의 엄마는
진료소 일을 도우며 라 카사 숙소를 운영하고
샘은 테스와 함께 숙소 손님맞이를 하게 됩니다
테스는 몹시 어색하게 손님을 맞이하고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낯선 길에 샘을 혼자 남겨 두고
자전거를 타고 쌩하니 달아나버려요
땡볕을 견디며 테스를 기다리다가
거침없이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낯설고 하얀 길을 걸어가는 샘의 외로움과
사춘기 소년의 혼란이 더욱 깊어집니다
테스가 자신을 낯선 길에
혼자 두고 간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은 막내니까 가족들이 먼저 떠나
언젠가 혼자 남을 거라는 진지한 고민 끝에
샘은 혼자 남는 연습을 시작하죠
한적한 바다에서 혼자 헤엄치며
꼬마 게를 친구 삼아 함께 놀기도 하고
먼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늘을 만들고 오이를 한 입 베어 먹고
'외로움 적응훈련'이라고 공책에 쓰고는
싱긋 웃는 샘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휴가 중 외로이 혼자 보내는 시간을
매일 조금씩 늘려 가며 연습을 하면 될 거라는 소년의 모습을 위에서 보여주는
카메라의 시선까지도 말없이 진지합니다
다시 만난 테스와 함께 자전거 소풍을 가면서
테스의 사과를 받고 화해를 하지만
숙소 손님 휘호와 여자 친구 엘리서를 만나
함께 소풍 가고 싶어 하는 테스가
동행하지 못하고 상심하는 모습을 보며
샘은 다시 혼란에 빠져들어요
자전거를 타고 햇살이 쏟아지는
하얀 길을 달리다가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애잔합니다
형 요러가 다치긴 했으나 볼링을 치러 가자는 가족들의 말에도 샘은 혼자 남아
힘든 시간 견디려는 연습을 위해
바닷가 모래사장 땡볕에 앉아
모래와 놀다 돌아옵니다
테스의 어색한 행동 때문에
숙소 손님 휘호를 사랑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샘에게 테스는 휘호가 아빠라고 밝히죠
아빠가 누군지 늘 궁금했던 테스는
엄마의 아르헨티나 여행수첩에서
아빠일 것 같은 휘호의 이름을 찾아내고
sns를 통해 10분 만에
아빠에 대한 소식 등을 알아내고
엄마 몰래 숙박권 당첨 메일을 보내
아빠인 듯한 휘호를 초대했던 거죠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테스에게
모르는 것도 좋다는 샘의 대답이 웃퍼요
장례식 갈 일이 한 번 준다는 거죠
어쨌거나 샘은 외로움 적응훈련 대신
테스의 아빠 찾기에 동참하지만
아빠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려는 순간
아빠가 자신을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테스는 다시 달아나고 말아요
휴가 마지막 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던 샘은
바다 갯벌에 발이 빠지는 위기에 처합니다
혼자 남겨지는 게 아니라
제일 먼저 죽게 되었다고 중얼거리며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안타깝지만
다행히 외딴집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와 할아버지의 외딴집에 가게 되죠
사진 속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그게 우리 살이고 인생이라는
할아버지의 중얼거림이 쓸쓸합니다
혼자 남는 게 힘드냐 묻는 샘에게
할아버지는 말씀하시죠
'여전히 매일 보고 싶지만
내게는 함께 한 행복한 추억이 아주 많아
우리 인생은 머릿속에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거야
기억 속에서 아내도 살아 숨 쉬고 있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다 소중하단다
더 많은 추억을 남겼더라면 좋았겠지
세상에는 돈을 모으는 사람도 있고
우표를 모으는 사람도 있고
초콜릿 달걀을 모으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것 말고 추억을 모으라'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시죠
'너무 늦기 전에
함께 보내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샘은 외로움 적응 훈련 대신
더 많은 추억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는데요
휴가가 끝나 섬을 떠나는 테스의 아빠 휘호에게
딸 테스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달려갑니다
샘의 엔딩 대사가 귀엽고 듬직해요
'내 평생 가장 이상한 일주일이자
최고의 일주일이었다
이제 외로움 적응 훈련 따위 필요 없어
사람들과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 거야
지금까지 모은 추억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을 거야'
감성 소년 샘과 돌발 소녀 테스의
여름 이야기가 진지하면서도 사랑스러워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샘이 테스와 함께 보낸 여름날의 추억이
반짝이는 햇살처럼 눈부신 미소를 주네요
쓸쓸히 혼자 남아
외로움을 견딜 시간을 염려하기 전에
늦기 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라는
외딴집 할아버지 말씀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