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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221 시든 꽃의 눈부심을 기억해요
슈베르트 '시든 꽃 주제에 의한 서주와 변주곡'
by
eunring
Jul 7. 2021
금방이라도 비 쏟아질 듯 흐린 오후
동네 한 바퀴 돌아오다가
나팔꽃을 만났습니다
기쁜 소식을 알리듯
아침을 열며
활짝 피어난 꽃이 아니라
하루의 창문을 닫고
여미듯
시무룩 꽃잎을 닫은 나팔꽃입니다
하루의 삶이 한 편의 인생인
흐린 오후의 나팔꽃무륵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춥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
나팔꽃의 시든 얼굴이 곱고 애처로워서
가만가만 사진으로 담아봅니다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서로 약속이라고 한 듯이
시든 꽃을 위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가곡의 왕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의
'시든 꽃 주제에 의한 서주와 변주곡'에
잠시 마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입니다
슈베르트도 시든 꽃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을까요
시든 꽃을 위한 사랑이 담긴
슈베르트의 음악이
기분을 맑게 합니다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이네요
물방앗간 딸을 짝사랑한 청년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죠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로 만든
연가곡집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20곡 중
18번째 곡이랍니다
'그녀가 내게 준 꽃들을
내 무덤에 함께 넣어 주세요
나를 슬피 바라보는 꽃들마저도
시들어 창백하게 젖어 안타깝지만
내 눈물 무수히 흐르고 흘러도
오월의 초록을 되살리지 못하고
시든 사랑은 다시 피어나지 않아요
이 겨울 지나 봄이 오면
꽃들은 다시 피어나 웃을 테죠
내 무덤에서 자라나는 꽃들은
모두 아름다운 그녀가 나에게 준 것이니
내 무덤가를 거닐며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녀를 닮은 꽃들은 다시 눈부시게 피어나
사랑스러운 청춘의 봄을 노래하겠죠'
집 떠나와 시냇가 물방앗간에서 일하던 청년은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사랑했으나
아가씨의 마음은 사냥꾼에게 기울어지고
실연당한 청년은 시냇물에 몸을 던진다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죠
수줍고 감성적인
청년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애처로운 가사가
가슴 저미듯 슬프고 우울한 가곡이지만
플루트 변주곡은 한결 밝고 화사하고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슈베르트가 거의 보름 동안
죽을 만큼 아프고 난 후 만든 곡이라 그런지
원곡보다 밝고 해사한 분위기로 피어났어요
시든 꽃들이 플루트의 화려하고 밝은
빛의 소리를 따라 다시 피어나
사랑스럽게 웃어주는 것만 같아요
슈베르트의 유일한 플루트 곡이라는
'시든 꽃을 위한 서주와 변주곡'을 들으며
시든 꽃처럼 안타까운
사랑의 눈부심을 기억하는
흐린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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