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69 노랑노랑 참외가 좋아
여름의 끝물
참외보다는 수박을 더 좋아합니다
되는 집에는 가지 나무에 수박이 열린다는
될놈될~속담의 주인공이죠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된다는
재미난 속담을 가진 여름 과일 수박은
어린 시절의 달콤 추억이 담긴 과일입니다
마당에 평상을 펴고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동생들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먹던 수박은
상큼하고 달큼한 향과 과즙으로
어린 날의 기억을 촉촉이 적시곤 하는데요
폭염도 조금씩 가라앉고
매미 소리도 문득 힘을 잃어가는
여름도 끝물이고 수박도 끝물이라
수박 대신 노랑노랑 금싸라기 참외를 집어 듭니다
수박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과일이라면
참외는 할머니의 여름 과일이었죠
할머니의 참외는 금싸라기가 아니라
개구리의 얼룩무늬를 닮은
이름도 재미난 개구리참외였어요
껍질을 깎으면 초록 과육이 싱그럽긴 해도
단맛이 덜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기억 속 개구리참외는
다정한 할머니와 함께 떠오릅니다
울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얼룩무늬 초록 참외가
어린 내 눈에는 무척이나 커다래 보였는데
요즘은 만나기 어려운 옛날 참외가 되어버렸죠
수박 겉핥기라는
재미난 속담을 가진 수박 못지않게
달콤 시원하고 수분이 많은 참외는
영양가 많은 과일이라 그런지
속담도 제법 많아요
장마 끝물 참외는
거저 줘도 안 먹는다는 여름 속담이 있죠
과일의 단맛은 햇빛과 수분 덕분이라
햇빛을 듬뿍 받을수록 단맛이 오르고
장마철에는 햇빛이 부족해 단맛이 떨어진대요
장맛비에 과일들이 수분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과일 속 수분이 많아져 단맛이 덜해진다고 해요
참외 장수는 사촌이 지나가도
못 본 적 한다는 속담도 있죠
참외는 한여름이 제철이라
가만있어도 무더운 한여름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장사를 해야 하니
무척이나 덥고 지치고 늘어져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친척이 지나가면
그냥 모른척하고 싶어진다는 말이래요
개똥참외는 먼저 맡은 이가 임자고
개똥참외도 가꿀 탓이라는 속담도 있어요
들이나 길섶에 저절로 자라난 참외를
개똥참외라고 하는데
작고 단맛이 덜하답니다
참외를 버리고
호박을 먹는다는 속담에
그만 푸훗 웃고 맙니다
하필 좋은 것을 버리고
나쁜 것을 덥석 주워 든다는 거죠
곱고 알뜰한 아내를 두고
둔하고 미운 여자에게 마음을 준다는
재미난 뜻도 있다니 웃을 수밖에요
참외밭에 든 녀석이라는 속담도 있네요
남의 밭에 몰래 들어가 잘 익은 참외를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녀석이니
물색없이 날뛰며
겁 없이 덤비는 사람을 말하는 거랍니다
속담이 재미나듯이
요즘은 재미난 참외들도 많아요
겉은 망고 속은 참외인 망고참외도 있고
동글동글 사과와 멜론을 닮은
사과참외도 있다는군요
과즙이 주르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는데
아직 먹어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참외는 금싸라기 닮은
노랑이 사랑스러워요
노랑노랑 예쁜 참외꽃의 꽃말은
'성스러운 사랑'이랍니다
참외의 '참'은
'진실하다 올바르다 먹을 수 있다'의 뜻이니
사랑도 진실하고 올바른 참사랑인 것이죠
나에게 참외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다정한 할머니의 금싸라기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