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33 7월의 소녀 나무
배롱나무는 분홍 소녀래요
야리야리한 애기 나무였는데
7월이 되니 분홍 소녀 나무가 되었어요
진분홍 꽃송이를 수줍게 매달고
눈인사를 건네는 소녀 나무와
잠시 눈인사를 나눕니다
살며시 다가가 줄기를 간질이면
호호 웃으며 간지럼을 타듯이 흔들릴까요
손으로 쓰다듬으면
나무 잎사귀가 가늘가늘 흔들리면서
나무 전체가 간지럼을 타듯 움직여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린다죠
그 모습이 부끄럼을 타는 것 같기도 해서
부끄럼 나무라는 애칭도 있답니다
꽃은 웃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지만
배롱나무 간지럼을 태우면
수줍게 볼을 붉히며
소녀 미소 건넬 것만 같아요
한 번 피어나면 백일 동안 피어나 있다는
국화과 한해살이풀 백일홍과 헷갈리기 쉬워
목백일홍이라 부른다는 배롱나무는
꽃이 귀한 한여름에 100일 동안이나
작은 꽃들이 피고 지고 또 연달아서
백일 동안이나 피어난답니다
피고 지기를 서너 번 거듭하다가
배롱나무 꽃이 질 무렵이면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 햅쌀이 난다고 해서
쌀밥 나무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무궁화 능소화 자귀나무 꽃들이랑
사이좋게 피어나는 여름 꽃나무죠
여름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배롱나무는
처음 들어올 때는 꽃이 자주색이라
자미화(紫薇花)라고 불렀다고 해요
백일홍 나무라 부르다가
소리가 나는 대로 배기롱나무
그러다가 배롱나무가 되지 않았을까요?
매끈한 나무껍질이
욕심 없이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서
서원이나 서당 마당에 많이 심어
선비들이 사랑하는 나무라
선비나무라 부르기도 하고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번뇌를 훌훌 벗어던지라고
사찰 마당에도 심는답니다
배롱나무 진분홍 꽃이 피어나면
집안이 붉은빛으로 가득하다고 해서
만당홍(滿堂紅)이라 부르기도 한다죠
진분홍 꽃 배롱나무가 눈에 익은데
연분홍도 있고 보랏빛도 있고
하얀 꽃이 피어나는 배롱나무도 있다고 해요
하얀 눈송이들이 조랑조랑 매달리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배롱나무 가지 쓰다듬으며
여름 더위 건강하게 잘 견디자고
소식 뜸한 친구에게 여름 안부 전해도 좋겠어요
배롱나무 꽃 질 무렵 우리 만나자고
가을 약속을 덧붙여도 좋겠죠
배롱나무 꽃말은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