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32 무지개를 찾아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금방이라도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연한 보라색으로 시작합니다
플로리다 디즈니랜드 건너편
연보라색 벽에 진보라색 문이 달린
모텔 '매직 캐슬'에 사는
여섯 살 꼬맹이 소녀 무니의 미소가
애틋한 연보랏빛으로 사랑스러워요
연하고 진한 보랏빛이
사랑스러운 만큼 애잔한 슬픔을 주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는
천방지축 귀여운 말썽꾸러기
소녀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대책 없고 철없는 미혼모지만
딸 무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핼리(브리아 비나이트) 모녀가 나옵니다
철없는 엄마 헬리의 친구인
애슐리(멜라 머더)의 꼬맹이 아들
스쿠티(크리스토퍼 리베라)와
퓨처 랜드에 사는 젠시(발레리아 코토)가
무니의 친구들이죠
매직 캐슬의 매니저 바비(윌렘 대포)는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보살펴 주는
츤데레 아저씨랍니다
힙합 스웨그를 뽐내는
노란 셔츠의 소녀 무니와
체크무늬 셔츠 입은 소년 스쿠티
착한 주홍 소녀 젠시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책가방 들고 학교에 다니는 대신
멀리까지 침 뱉기 놀이부터 시작하는
막돼먹은 아이들입니다
관광객들에게 얻은 동전으로 산
아이스크림 하나를 셋이 돌려먹으며
그 나름의 사회생활을 즐기는
꼬맹이 소녀 무니는 알고 있답니다
'어른들이 울려고 하면 바로 안다'는
사랑스러운 꼬맹이 무니의 미소는
석양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은
엄마 핼리의 쓸쓸한 뒷모습을 위한 것이죠
빗소리를 들으며 퐁당퐁당 노는
무니와 젠시의 눈앞에 무지개가 떠오릅니다
보라색 매직 캐슬 위로 떠오르는
무지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지개의 끝에는 보물이 있다'는
무니의 말에 젠시가 덧붙입니다
'무지개의 보물을 지키는 도깨비가 있어서
보물을 못 가져가게 한다'는 젠시와
도깨비를 때려눕히자고 하는 무니의
사랑스러운 대화가 측은합니다
석양이 물드는 아름다운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디즈니랜드가 마주 보이는 건너편에 앉아
조각 케이크로 젠시의 생일을 축하하고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모습까지도
사랑스러워서 더욱 안타까워요
무니와 젠시가 소풍이라도 가듯이
식빵 봉지와 딸기잼병을 챙겨 들고
초록 풀밭 큰 나무 아래에 앉아서
맛있게 먹는 장면도 안쓰럽고 애잔합니다
딸기잼을 듬뿍 바른
식빵 한 조각을 먹으며 무니가 말해요
'내가 왜 이 나무를 좋아하는지 알아?
쓰러졌는데도 자라나기 때문이야
그건 꽤 엇진 일이지'
그렇게 무니는 쓰러진 나무에서
비죽 고개 내미는 새 순처럼 돋아나
비죽비죽 연둣빛으로 자라납니다
큰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는
무니와 젠시의 모험이 빗물에 젖어듭니다
'뉴스는 지루해서 날씨도 안 본다'는
그래서 비에 젖은 무니와 젠시는
그래도 웃으며 비에 젖은 모험을 즐기죠
'내가 널 사파리에 데려온 거야'
생색도 내 가면서 재미나게 놀아요
몰래 들어간 호텔 뷔페식당에서
딸기와 러즈베리를 한꺼번에 먹으며
실컷 먹고 또 오자고 무니가 웃어요
'이런 게 사는 거'라고 말하는
아이어른 무니와 어른아이 헬리 모녀는
안타깝게도 헤어져 살아야 합니다
아동 복지국에서 무니를
엄마 헬리에게서 데려가려고 하거든요
위탁가정으로 가기 전
무니는 스쿠티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아동 복지국 직원들이
엄마 핼리와 떼어놓으려 하자
친구 젠시에게 달려갑니다
당당하고 당돌하게 늘 웃으며 지내던
꼬맹이 소녀 무니가 마침내 울어요
'젠시 넌 내 제일 친한 친구인데
이제 다시는 못 볼지도 몰라
그래서 말이 나오지 않아'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다며 우는
무니의 손을 잡는 젠시
두 소녀가 나풀나풀 현실로부터 달아나
건너편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로 가는
엔딩 장면이 마음 찡합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아내리는
연보랏빛을 보면 무니가 떠오를 것 같아요
엄마 헬리가 생존을 위해 일하는 동안
수영장 대신 욕조에서 바비인형과 놀던
안쓰러운 무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무니와 젠시 어린 소녀들이
삶 속에서 떠오르는 무지개를 만날 수 있기를
막연한 환상의 무지개가 아닌
현실의 무지개를 만나
제 나이에 맞는 사랑스러운 소녀 미소로
플로리다 오렌지처럼 달콤 상큼하게
활짝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