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62 슈슈를 위하여
드뷔시 '어린이 세상'
슈슈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사랑스러운 소녀가 있었답니다
아빠가 작곡가였는데
딸바보 아빠였다는군요
귀여운 딸에게 '어린이 세상'을 선물한
딸바보 아빠 작곡가의 이름은
클로드 아실 드뷔시였대요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답니다
피아노의 기초는 큰어머니에게 배웠고
10살에 프랑스 음악원에 입학한 천재소년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재능은 뛰어나지만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몽상가 드뷔시는
바람기 또한 유난스러운 사랑꾼이어서
여러 여자들과의 스캔들로 유명하답니다
스캔들도 있었고 로맨스도 있었을 테고
진심 사랑도 물론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바람둥이 나쁜 남자였나 봅니다
드뷔시가 부인 릴리를 두고
제자의 엄마인 엠마와 사랑에 빠지자
부인 릴리가 자살 소동까지 벌이게 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되어
유부녀인 엠마와 사랑의 도피를 했다거든요
드뷔시는 엠마가 낳은 딸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 끌로드 드뷔시와
엠마 베르딕의 이름을 따서
'클로드 엠마'라고 짓고
슈슈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해요
슈슈는 귀염둥이라는 뜻이랍니다
딸바보 아빠가 된 드뷔시는
사랑하는 어린 딸 슈슈를 위해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
6개의 소품으로 이루어진 피아노 모음집
'어린이의 세계'를 작곡했다죠
꿀 뚝뚝~사랑의 눈길로 딸 슈슈를 바라보는
아빠 드뷔시의 다정하고 순수한 마음이 담긴
따사로운 느낌으로 가득한데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슈슈에게
음악적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슈슈가 놀다가 잠이 드는 모습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 들을
고스란히 음악에 담았답니다
1곡 '그라두스 에드 파르나수스 박사'는
연습하기에 단조롭고 지루한
클레멘티의 교본을 풍자한 곡이래요
슈슈가 예쁜 소녀로 자라 딩동딩동
피아노를 연습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작곡했을
딸바보 아빠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2곡 '짐보의 자장가'에 나오는
짐보는 슈슈의 애착 인형 코끼리의 이름이고 슈슈가 애착 인형 짐보를 가지고 노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3곡 '인형을 위한 세레나데'는
귀엽고 예쁘게 춤을 추는
인형의 모습을 그린 거래요
아빠의 눈에는 어린 딸 슈슈가
인형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웠을 테죠
4곡 '눈은 춤춘다'는 제목처럼
잔잔히 내리던 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눈송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그렸답니다
함박눈이 춤추듯 내려오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어린이의 설렘이 느껴져요
까치발을 하고 창밖을 내다보며
슈슈가 반가운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아요
5곡 '작은 양치기'는
양치기의 피리 소리를 묘사한 곡인데요
많지 않은 음표로 자유롭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그린 곡이랍니다
여섯 곡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6번 곡 '골리워그의 케이크워크'는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사랑받는 곡이라고 해요
'골리워그'는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던 어릿광대 인형인데 헝클어진 깜장 머리에 빨간 바지를 입고 비틀거리듯이 춤을 추는 인형이라죠
'케이크워크'는
으쓱거리는 걸음걸이가 특징인
익살스럽고 재미난 춤이랍니다
아빠에게서 '어린이 세상'을 선물 받은
슈슈는 행복한 소녀시절을 보냈겠죠
그러나 드뷔시가 병으로 죽은 그 이듬해
슈슈도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디프테리아로 세상을 떠났답니다
딸바보 아빠 드뷔시와
사랑스러운 딸 슈슈는
아름다운 별나라에서 다시 만나
'아빠하고 나하고'를 다정히 부르고 있겠죠
슈슈의 세상은 짧았지만
슈슈를 위한 '어린이 세상'은
오래도록 사랑스럽게 빛날 거라 생각하니
안타까움이 조금은 덜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