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01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
영화 '굿 라이어'
거짓말에 관한 영화입니다
거짓말이라고 하면
양치기 소년이 떠올라요
거짓말이라는 노래도 떠오릅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
건달프 할아버지 로이(이안 맥켈렌)와
'더 퀸'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안나'의 올가를 연기한 베티(헬렌 미렌)
연기력 짱짱한 두 배우님의
거짓말 배틀입니다
평생 거짓말로 살아온
매력적인 노신사 로이의 거짓말이
시커먼 먹구름을 닮았다면
우아한 베티 여사의 거짓말은
하얗고 보송한 뭉게구름을 닮았어요
뛰는 거짓말 위에 날아오르는 거짓말이
두 배우의 연기와 함께 수준급입니다
거짓말을 싫어한다며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말하지 않겠다는 로이는
잔인한 금융 사기꾼입니다
수익을 미끼로 던져 공동 투자를 받은 후
계좌에서 뚝딱 인출하는 거죠
남편에게 유산을 물려받은 베티는
부유하지만 외로운 노년을 보내던 중
온라인 만남 사이트를 통해 로이를 만납니다
베티는 로이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인데
베티는 너무도 허술하게
옛다~오다 주웠다며 툭 던지듯이
그의 먹잇감이 되어줍니다
결코 쉬운 여자가 아닌 듯 보이는데
무릎이 아픈 로이를 위해
엘리베이터가 없는 로이의 집 대신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도와주고
공동 계좌를 만들어 전 재산을 이체하고
비밀번호와 키패드까지 공유하죠
베티의 돈을 빼앗으려는 로이의 탐욕을
우아한 거짓말로 통쾌하게 복수하는
베티 역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요
오래전 로이 때문에 받은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있고
복수를 위한 큰 그림과 계획이 있었던 거죠
목표 달성 후 베티를 떠난 로이가
쇼팽의 녹턴 19번을 듣는 장면이 떠올라요
아련하고 애틋한 선율 속에서
로이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방을 여는 순간
뜻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럼요 반전이 없으면 재미가 없죠
어쩔 수 없이 다시 베티를 찾아가지만
가구들이 모두 사라진 베티의 집에서는
상냥하고 우아한 베티 대신
싸늘한 표정으로 계산기를 든 베티가
그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돈을 인출하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덕분에 훌륭한 거짓밀이 되었다'는
베티의 표정이 서늘합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요?
결말에서 용서나 자비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이제 와서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
로이에게 베티는 통쾌한 복수와 함께
가난하고 비참한 노후를 선물합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
되돌릴 필요 없다' 고 로이는 말했지만
베티에게는 60년 세월의 주름보다
더 깊은 상처로 남았으니까요
이안 맥켈런과 헬렌 미렌
두 배우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흐뭇한 영화 '굿 라이어'를 보면서
세상에 착한 거짓말이나 좋은 거짓말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그리고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