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00 운명 같은 사랑의 순간

영화 '타이타닉'

by eunring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이고

몇 번을 보아도 늘 새로운 영화 '타이타닉'

명장면과 명대사와 결말을 다 알고 보아도

감동과 여운은 여전합니다


바람의 소리를 닮아 구슬프고

청아한 음색의 틴 휘슬 전주로 시작하는

'My Heart Will Go On'은

언제 들어도 애틋하고 아름다워요

울림이 깊숙한 셀린 디온의 목소리로 듣거나

피아노나 기타 등 악기 버전으로 들어도

한결같이 감미롭고 애절한

인생 OST죠


84년 전 바닷속 깊이 가라앉은

타이타닉호를 수색하던 보물 탐사팀이

낡은 금고 속에서 누드화 한 장을 찾아냅니다

그림 속 여인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 박힌

커다랗고 짙푸른 바다 빛깔의 다이아몬드가

바로 그들이 찾던 보물이었죠


누드화 소식이 TV에 소개되자

자신이 바로 누드화의 주인공이라는

노부인(글로리아 스튜어트)의 연락이 오고

타이타닉호에 대한 인터뷰와 함께

짧고도 길고 영원한 잭과 로즈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로즈 당신을 만난 거야'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의 청년 화가

떠돌이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어쩌다 행운의 티켓과도 같은 배 탑승권을 얻

영혼 대신 돈이 많은 약혼자와 함께 1등실에 탄

당돌한 그녀 로즈(케이트 윈슬렛) 만납니다


꽃다운 두 청춘 잭과 로즈

두 사람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은

타이타닉호의 운명과도 같아요

설렘으로 빛나는 사랑의 순간이 운명이듯

반짝이는 이별의 아픔 또한 운명입니다


몰락한 가문을 지키기 위해

사랑 없는 약혼을 한 아름다운 로즈가

괴로운 마음에 바다로 떨어지려는 순간

갑판 벤치에 누워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별바라기를 하던 잭이 구해 줍니다


햇살 눈부신 갑판 벤치에 나란히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잭의 눈 속에서

로즈는 햇살보다 더 눈부시고

떠돌이 화가 잭의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는

로즈의 눈 속에서는 그에 대한

호감의 별빛이 반짝 빛나기 시작합니다


스케치북에 그려진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직업 모델들이냐고 로즈가 묻자

여자들이 기꺼이 옷을 벗어준다고

잭이 웃으며 덧붙여요

손만 예쁜 여자의 손 그림도 있는데

그녀는 다리가 하나였다는 웃픈 얘기~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촌스런 옷차림을 한 부인의 간절한 눈빛을 보다가

타고난 재능에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특급 칭찬을 건네며 로즈가 묻습니다

'나도 보여요?'

로즈의 물음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잭의 대답이 간단 명쾌합니다

'자살할 마음 1도 없었죠'

아마도 그는 로즈에게서

자유를 향한 갈증을 보았던 것이죠


갑판에 기대어 서서

기분 내키는 대로 떠나고 싶다고

자유의 날개를 갈망하는 로즈에게

바다에 침 뱉는 시범을 보이는

잭은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같아요

둘이서 침 뱉기를 하다가 엄마에게 들키자

인상 깊다는 따끔한 한 마디 건네며

생명의 은인 잭을 엄마는 해충 보듯 합니다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잭에게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무모한 짓이라며

아들의 옷을 챙겨 입혀주는 몰리(캐시 베이츠)는

금광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탓에

상류층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만

친절하게 잭을 도와줍니다


가지런히 빗어 넘긴 금갈색 머리에

회청색 눈동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리즈 시절의 그는 참 아름답고

와우~ 슈트발까지 끝내줍니다

손등에 입맞춤하는 영화 장면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잭은

소년처럼 귀엽기까지 해요


스스로 겉만 신사라는 잭에게

'주눅 들지 마~금광 주인인척 해'

진짜 금광 주인인 몰리 부인의

친절한 조언이 재미납니다


떠돌이 잭의 삼등칸 인생을 폭로하며

대놓고 무시하는 로즈의 엄마와

돈밖에 모르는 약혼자 칼(빌리 제인)에게

화가라고 당당히 소개하는 로즈와

조르르 놓여 있는 포크와 나이프를

바깥 것부터 사용하라는 친절한 몰리 부인 덕분에

상류층의 만찬 자리에서도 잭은 당황하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며 솔직한 모습으로

캐비어를 권하자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고

쿨하게 패스하는 여유까지 보여줍니다


타이타닉호 탑승권을

포카판에서 딴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잭은

자유롭고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녔어요

부자들의 배부른 질문에도 척척 답하며

솔직하고 당당하게 부족할 게 없다는 그는

'숨 쉴 공기와 종이 몇 장이면 충분해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굴 만나 어떻게 될지

다리 밑에서 잠들 때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멋진 식사대접을 받기도 하니까요

인생은 축복이니 낭비하면 안 되는 거죠

지금은 삼등칸이지만 미래는 신에게 달렸으니

매 순간 소중히 살면 된다'고

멋진 멘트를 휘리릭 날려줍니다


잭의 말을 그대로 이어받아

건배사로 '매 순간을 소중히'를 외치는

당돌한 그녀 로즈에게 식사 후 그가 건넨 쪽지에는

'매 순간을 소중히~시계탑 앞으로 와요'


삼등칸의 즐거운 흑맥주 파티에서

꼬마숙녀 코라와 춤추는 잭은

파트너를 로즈로 바꾸며

'코라가 최고'라는 매너 멘트 날려주고

현란한 발재간도 신나게 보여주고

얼굴에 맥주 뿌려진 채 까르르 깔깔대며

신발 벗어던지고 우아함 내던진 로즈는

자유롭게 춤추며 즐거워합니다


담배도 불량스럽게 씹어 보고

스타킹만 신은 발로 발레 동작도 해 보며

삼등칸에서 진탕 신나게 노는 로즈를

하인을 시켜 감시한 약혼자 칼은

약혼자답게 체면 챙기라며 난동을 부리고

코르셋 조여 입는 로즈의 마음까지

조이며 경고하는 엄마는

'우리 집에 돈이 없어

가진 건 가문 이름뿐'


칼과 결혼해야 가문이 회생한다며

로즈를 압박하던 엄마(프란시스 피셔)는

추억 어린 물건들이 경매로

산산이 흩어진다며 감성에도 호소하다가

다시 로즈의 자유를 조여 매듯

바짝 코르셋을 조여요


빙산 주의보를 받지만

에드워드 선장(버나드 힐)은 괜찮다고 하죠

타이타닉호 설계사 앤드류스(빅터 가버)

승객의 수에 비해 구명정이 부족하다고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로즈에게

이 배가 곧 구명정이라고

위태로운 근자감을 내보입니다


남의 옷에 모자 빌려 눌러쓴 잭이 찾아와

신비롭고 경이롭고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로즈의 괴로움을 모른척할 수 없다고

덫에 걸린 로즈 구하고 싶다는데

다시 찾지 말라고 뿌리치던 로즈는

마네킹처럼 우아함 풀장착한

꼬마숙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생각을 바꿨다며 뱃머리로 잭을 찾아가고

잭은 그 유명한 명장면을 선물합니다


'쉿 눈을 감아요 올라와요

난간을 잡고 똑바로 서봐요 날 믿어요'

두 팔을 펼친 로즈와

뒤에서 단단히 받쳐주는 잭

그렇게 가슴 설레는 명장면이 탄생합니다

'조세핀 내 비행기를 타요'

자유의 날개 펴듯 두 팔을 활짝 펴고

눈을 뜨는 로즈의 한 마디

'지금 날고 있어요'


저녁 놀빛이 진홍빛이다가 잉크색이다가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 자락에 물드는

그날이 마지막 날 침몰 6시간 전이었다고

은발의 로즈는 회상합니다


일등실 거실에 걸린 모네의 그림에

감탄하는 잭에게 건네는 로즈의 부탁은

다이아몬드를 목에 건

자신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거였죠

그림 연필을 깎는 잭에게

동전 하나 그림 삯으로 건네며

커다란 파랑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 걸친

당돌한 그녀 로즈는 잭의 스케치북 속 여자들처럼

소파에 누워서 잭을 바라봅니다


타이타닉 OST 피아노 음악을 배경으로

소파에 누운 로즈는 매력적입니다

'화가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모네도 얼굴 붉혔냐'는 로즈의 물음에

'그는 풍경을 그렸다'는

잭의 대답도 센스 만점이죠

'그때 가슴이 얼마나 뛰던지

평생 그토록 설레는 마음은 다시없었다'고

은발의 로즈는 회상합니다

잭은 프로여서 그림만 그렸다고~


'이젠 나까지 보관하게 됐군요'

메모와 함께 로즈의 그림이

로즈 대신 칼의 금고에 갇히고

끈질기게 찾아다니고 쫓아다니는

칼의 하인을 피해 도망치던 두 사람은

배 아래 화물칸으로 숨어들어

장미가 꽂힌 빨강 자동차에 올라타게 되죠


어디로? 별나라로~

느리게 흐르는 타이타닉 음악을 타고

그들만의 별나라로 날아가는 동안

배는 잔잔한 물결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빙산을 만나는데요

그들의 운명 앞에 놓인

빙산이기도 합니다


배가 항구에 정박하면

잭과 함께 가겠다는 로즈의 약속을

그러나 야속하게도 빙산이 가로막아요

하늘에는 별이 총총

타이타닉호의 객실마다 불빛이

꼬마전구들처럼 무수히 반짝이는데

샹들리에의 전구들이 마구 흔들리고

몰아쳐 들어오는 바닷물에 문들이 닫힙니다


쥐들이 먼저 탈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칼은 다이아몬드 도난 신고를 하고

로즈와 손잡고 나타난 잭의 주머니에

몰래 다이아몬드 목걸이 집어넣어요

잠깐 빌려 입었으나 도난 신고가 된 옷 때문에

로즈에게까지 오해받으며 끌려가는

잭의 모습이 안타까워요


한두 시간 후면 배가 가라앉는다는

앤드류스의 절망적인 모습도 막막합니다

2200명의 승객을 다 태우기에는

구명정이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앤드류스는 로즈에게 침몰 소식을 전하고

아수라장이 되기 전에 구명정을 타라고 하죠


구명정을 내리고

여자와 아이들부터 태웁니다

승객의 반은 죽게 되는 거죠

로즈는 구명정에 타는 대신

잭을 찾으러 갑니다


물이 차오르는 선실을 헤매며 잭을 찾아

조금 늦게 잭의 결백을 깨달았다며

먼저 사과부터 하고

수갑에 묶인 잭을 구하기 위해

보조 열쇠를 찾다가

비상 손도끼를 꺼내 드는 로즈는

당차고 씩씩해서 더 아름다워요


뒤따라가겠다며 로즈를 먼저 구명정에 태우고

손을 놓고 헤어지며 마주 보는 잭과 로즈

두 사람의 눈빛이 아련하고 안타깝고 애절합니다

느릿느릿 흐르는 애달픈 음악 속에서

구명정이 내려지는 순간 다시 배로 올라와

혼자 못 간다며 잭의 손을 잡고 달아나는 로즈를

총 들고 쏘아대며 쫓아가다가

물에 빠진 생쥐꼴로 썩소를 지으며

칼이 중얼거립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로즈에게 입혀준 코트 주머니에 있다는~


배를 더 튼튼하게 만들지 못해 미안하다며

구명조끼와 함께 행운을 로즈에게 건넨 후

앤드류스는 탈출하는 대신

차분하게 벽시계의 시간을 맞춥니다

물에 잠기는 선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는

에드워드 선장은 배와 함께 침몰하며

못다 한 책임을 마무리하죠


배가 침몰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을 다독이기 위한

연주단원들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서로에게 행운을 빌며 연주를 끝내다가

마지막 연주를 다시 계속하죠

'친구들 오늘 연주는 내 평생 최고였어'


물이 차오르는 선실 침대에

나란히 손을 잡고 누워 마지막을 함께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가슴 먹먹합니다

어린 남매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다독이는 3등실 젊은 엄마의

의연함도 눈에 선해요


아수라장 속에서도 별은 빛나고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함께 버티는 잭과 로즈

하늘에 빛나는 무심한 별빛 아래

선실의 불빛들은 한순간 어둡게 꺼지고

배는 두 조각으로 갈라져 가라앉아요


난간에서 손잡고 뛰어내려 간신히 붙잡은

나무판자가 두 사람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울자

잭은 로즈를 나무판자 위에 올립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가 말했었죠

어릴 적 낚시 갔다가 얼음물에 빠졌을 때

수천 개의 칼이 몸을 찌르는 것 같았다는~

수천 개의 칼날 같은 얼음물에 잠겨

얼어붙어가며 그가 고백합니다

'행운이었어 이 배의 탑승권을 따낸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었지

당신을 만났으니까'


'약속해요 꼭 살아남겠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기다리던 보트가 왔지만 잭은 깨어나지 못해요

'조세핀 내 비행기를 타요'

잭의 목소리에 깨어나는 로즈는

잭에게 돌아오라 외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돌아오지 못합니다


'꼭 살게요' 약속하며 잭을 놓아주고

죽을힘을 다해 호루라기를 불어

보트를 불러 세우고 구조된 후

이름을 묻자 로즈라고 대답합니다

귀족 가문의 성씨를 가진 로즈 드윗 부카더 대신

잭의 성씨를 따라 로즈 도슨이라고 대답하고

잭 덕분에 다시 태어난 그녀는 씩씩하게

잭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죠


'그는 내 목숨과 영혼까지 구했지만

사진 한 장 없어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은발의 그녀는 혼자 뱃머리 난간에 서서

주머니에서 꺼낸 그리움 응어리진 목걸이를

미련 없이 바다에 떨굽니다

은발의 로즈가 말했죠

'여자의 마응은 바다와 같아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라고


말을 타고 자유를 누리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여주다가

계단을 올라 시계탑 앞에 서 있는

잭을 만나는 꿈같은 엔딩이 눈물겨워요


시계탑의 시간은 2시 20분

타이타닉의 침몰과 함께 운명을 다한

승객들의 행복한 미소까지도

따스하고 아름답습니다


행운이었다고 말해도 될까요?

'타이타닉' 영화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아쉬움도 있다고 덧붙여도 될까요?

그 유명한 타이타닉 포즈를

아직 해보지 못해 아쉽다고~


그래도 괜찮은 거죠?

인생은 축복이니 낭비하지 말라는

잭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매 순간 소중히'를 기억하며

그렇게 살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애쓰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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