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73 마음의 길을 잃었을 때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
밝은 주황에 하얀 줄이 선명하게 고운
흰동가리 니모와 말린이 나오는
'니모를 찾아서'도 좋았어요
말린과 도리가 니모를 찾는 이야기였죠
멀린보다 덩치가 큰 블루탱 도리
니모보다 훨씬 더 크고 동글 납작 물고기
납작한 파랑 물방울 같은 도리가 나오는
'도리를 찾아서'도 역시 좋아요
도리가 도리 자신을 찾는 이야기죠
한쪽 지느러미가 작게 태어난 니모처럼
도리도 기억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도리? 도리? 그게 뭐지? 아~ 내 이름이지'
그렇게 도리는 도리를 찾아 나섭니다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리는 게 특기인
도리(엘렌 드제너러스)를 찾아 나서며
니모의 아빠 말린(앨버트 그룩스)이 물어요
'도리라면 해냈을 텐데 그 비결이 뭘까'
아들 니모(헤이든 롤렌스)가 대답합니다
'비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계속 헤엄치며 그냥 해내는 거죠'
말린과 니모는 길이 막힐 때마다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도리처럼 계속 헤엄치며
도리의 흔적을 뒤쫓아갑니다
깜박깜박 건망증이 심한 도리는
문득 떠오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가물거리는 옛 기억을 더듬어요
'만약에 길을 잃거든
조개를 따라가면 된다
엄마는 연보라색 조개를 좋아하셨지'
가오리들이 헤엄쳐가는 거대한 물살을 보고
보랏빛 커다란 눈망울을 반짝이며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어렴풋이 기억해 내는 도리는
어릴 적 살던 바다 생물 연구소
격리구역의 엄마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데
'난 할 수 있어'를 수없이 되뇌며
잊지 말아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수족관 파이프 안에서 어김없이
길을 잃고 말아요
'니모를 찾아서'에서
말린과 함께 니모를 찾아 떠났던
엉뚱 발랄 무한 긍정 수다쟁이 블루탱 도리가
이번에는 깊은 기억 속에서 떠오른
엄마와 아빠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난 거죠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태어났지만
도리는 무한 긍정 에너지 뿜뿜
친구가 된 물고기들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집과 가족을 찾아간답니다
너와 나는 베프
너와 나는 데스티니라는
고래상어 데스티니(케이틀린 올슨)는
눈이 나빠서 헤엄을 치다가
덥석 벽에 부딪치기를 잘해요
난 음파 능력자 넌 기억 상실자라는
흰고래 베일리(타이 버렐)는 소심쟁이죠
이유도 없이 음파 탐지 능력이
망가졌다며 투덜투덜~
난 위장술의 대가 넌 건망증 대박이라며
'난 심장이 세 개라 널 쉽게 잊지 못할 거야'
감동 멘트를 휘리릭 날려 주는
문어 행크(에드 오닐)는
안타깝게도 다리가 7개지만
도리를 유리병에 담아 물 밖으로 데려갈 때
보호색을 바꾸는 위장술이 뛰어나죠
어딘지 조금씩 부족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채워주는
고마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말린과 니모를 만난 도리는
느닷없이 겁쟁이가 되어 중얼거려요
'부모님이 과연 날 반가워하실까'
고개 떨구는 도리를 말린이 다독입니다
'도리 너랑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니모가 도리라면 어땠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야'
괜찮다고 말린이 덧붙여요
'도리 그런 너라서
부모님을 찾고 집에 돌아갈 수 있어'
말린의 격려가 따뜻합니다
문어 행크의 도움으로
딸 도리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
엄마 제니와 아빠 찰리를 찾다가
물고기가 격리구역에서 사라졌다는 건
아마도 돌아가신 거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자
'너무 늦게 왔어 난 이제 외톨이야'
도리는 슬픔과 외로움에 빠져들어요
기억은 자꾸만 사라지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잊어버리는 게 유일한 특기인 도리는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다지 힘차게 일어납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금방 까먹는 것이
도리의 특기니까요
'나라면 일단 주위를 둘러보고
계속 헤엄칠 거야'
난 조개가 좋아~ 중얼거리며
조개들을 따라가는 도리 앞에
징검다리처럼 늘어서 있는 조개들이
집으로 가는 길이 되어 활짝 펼쳐지고
그리운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도리네 집이 눈앞에 똭~
딸이 왔다고 다신 헤어지지 말자고
엄마 아빠가 도리를 반겨주십니다
기억력이 안 좋아서 죄송하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깜박깜박 잊어버린다는 도리에게
'우릴 찾았잖아
네가 우릴 찾아올 줄 믿고 기다렸어'
도리가 집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으로
매일같이 조개껍데기로 집으로 오는 길을
표시해 둔 부모님과의 재회가 찡합니다
혼자서 애 많이 썼다며 으쓱거리는
도리의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요
부모님을 찾았으니
이제 가족 같은 말린과 니모를 찾아야죠
베일리 데스티니와 함께
트럭에 실려가는 말린과 니모를 찾아가는
동글 납자 파란 물방울 같은 3 총사
도리네 가족이 사랑스러워요
귀여운 수달 무리와 베키의 도움으로
가족 같은 말린과 니모를 찾은 도리는
문어 행크에게도 함께 바다로 가자고 합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야
좋은 일은 우연히 생기는 거야
그러니까 바다로 가자'
도리는 수족관이 실려 가는 트럭을 쫓아가
닫힌 트럭 안에서 방법을 찾아냅니다
트럭이 와장창 넘어지고
유리상자 속의 온갖 물고기들이 쏟아져
새파란 바다로 시원하게 떨어지는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가 흘러요
'What A Wonderful World'
행복하게 울려 퍼지는 노래와
구조와 치료에 이은 3단계 방생이라는
깨알 멘트까지 재미납니다
또 뭔가를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는 도리가
경치를 보러 절벽으로 가는 길에
말린이 졸랑졸랑 따라갑니다
주홍 말린과 파랑 도리가 나란히 헤엄치며
'그래 내가 해냈네'
뿌듯한 표정의 도리 곁에서
경치가 아름답다는 말린의 말에 이어지는
평생 못 잊을 거라는 도리의 대사에
잔잔히 웃음이 맺힙니다
건망증 대마왕 도리가
평생 잊지 못한다네요
그럼요~ 주저앉지 않고
계속 헤엄치며 두려움과 맞서고
가족과 가족 같은 친구들과 함께
도리가 도리 자신을 찾았으니까요
그냥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영화 '도리를 찾아서'를 보고 나니
마음에 따뜻한 물결이 잔잔히 차오릅니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도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중얼거리게 될 것 같아요
'잘 지내나요? 난 잘 지내요
안부 인사만 하는데 질렸어
잘 지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딱 지금에 어울리는 대사 같아요
그러나 도리가 행크에게 건네는
멋진 멘트 또한 잊지 말아야죠
'최고의 순간은 우연히 찾아오는 거야
그것이 인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