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288 빨강으로 맺힌 가을

아삭 달콤 사과

by eunring

끝말 이어가는 놀이 중에

빨가면 사과~가 있죠

사과는 맛있어~로 이어지듯이

사과는 정말 맛있어요


사과와 친하면

의사와 멀어진다는 속담도 있고

아침에 먹으면 금사과지만

밤에 먹으면 독이라는 말도 있어요


그렇다면 마녀는 백설공주에게

밤에 사과를 건넸던 걸까요?

마녀가 아침에 건넸더라면

반짝반짝 금사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부질없이 웃어 봅니다


요즘 홍로 사과가 제철인데요

빨강으로 맺힌 가을 건강 미인

홍로 사과는 달콤 꿀이 박힌 꿀사과죠

수줍은 듯 발그레한 얼굴로 배시시 웃는

달콤 사과가 올망졸망 사랑스럽고

손에 쥐기에 딱 알맞은 크기라

혼자 먹기에도 부담 없어요


어릴 적 먹던 새콤한 맛의 홍옥과

요즘 제철인 윤기 자르르 홍로는

사과 집안의 홍 씨 자매들인가 봐요

새콤달콤 홍옥은 사과의 여왕으로 불리며

선명한 붉은색과 진한 향에 신맛이 강했었죠


삶이 그다지 상냥하지 않고

인생이 내게 결코 친절하지 않아도

그래도 살아가는 하루하루

내 맘대로 안 되는 것도 견디고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며

홍로 사과 한 알을 손에 쥐어봅니다


홍로 사과 속에는 꿀이 들어 있으나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알 수 없듯이

그 꿀도 어느 사과에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해요

한 길 사람 속 알지 못해도 믿어가며 살아가는

인생길에 추억의 새침한 맛 홍옥 언니도 있고

볼이 반짝반짝 귀염 달콤한 홍로 동생도 있으니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맥락 없이 해 봅니다


일상의 모든 것들과 거리 두며

평범한 순간들과 잠시 멀어지다 보니

아삭 달콤 사과 몇 알을 늘어놓고는

요리조리 사진도 찍어보고

홍로야~ 이름도 불러보고

혼잣말도 중얼거리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꼬맹이가 있어요


사과라는 이쁜 태명으로 불리던

볼 빨간 꼬맹이는 얼마나 자랐을까요?

사과야~부르면 제 이름인 줄 알고

까르르 웃으며 조르르 달려올까요?


사과야~하고 부르면

새콤 달콤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애플~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는

엉뚱 생각에 또 혼자 웃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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