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53 불멸의 모차르트
햇살 반짝 바람 솔솔
햇살 눈부시게 반짝이고
바람이 살랑살랑 어깨를 스치는
맑고 쌀쌀한 가을 아침
산 아래 친구의 아침 인사는
쓸쓸 아침의 멜랑콜리
청춘의 맛을 누려보자~입니다
그러자고 선뜻 고개 끄덕이며
멜랑콜리한 청춘의 맛은
이미 우리의 몫이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불멸의 청춘이 있노라고
답 문자를 보내고 나니
천사의 날갯짓 같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생각납니다
선명하게 밝은 빨강 옷을 입고
영리한 눈을 반짝 빛내며
웃을 듯 말 듯 입꼬리에
장난기를 물고 있는
사진 속 악동의 모습도 함께 떠올라요
별나라 사람이 된 지 233년 만에
미공개 악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역시 불멸의 모차르트~라고
중얼거립니다
예닐곱 살 어린 나이에 작곡한
7악장으로 이루어진
12분짜리 현악 3중주가
짠~하고 나타났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시립 도서관
어느 구석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는데
친필 악보가 아닌 복사본이라지만
귀하고 반가운 소식입니다
KV 648번 ' 작은 밤의 음악'으로
소개가 되었다는데요
모차르트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정렬하며
쾨헬이 붙인 일련번호 앞의 KV는
'쾨헬이 만든 목록'이란 뜻의
독일어 약자라고 해요
세 살 때 이미 쳄발로를 연주하고
다섯 살 때부터 작곡을 하기 시작한
음악 천재 모차르트는 35년이라는
짧고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갔죠
라틴어로 아마데우스는
신으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신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데려간다는
라틴어 경구에 어울리는 모차르트는
많은 이들이 그의 음악을 애정하고
그의 음악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으니
불멸의 모차르트입니다
불멸의 모차르트
나는 당신에게 빚을 졌다~라고
모차르트 사랑이 지극했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다죠
'모래 사나이'의 작가 호프만은
모차르트를 존경해서
자신의 이름 빌헬름 대신
아마데우스라고 개명했다고 해요
에른스트 테오도어 아마데우스 호프만~
긴 이름을 가진 호프만은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원작자이기도 하죠
독일의 문호 괴테가
제자이며 비서인 요한 페터 에커만과
십 년간 나눈 대화를 정리한
'괴테와의 대화'에서
모차르트를 이렇게 회상한답니다
'내 나이 열네 살 무렵에
일곱 살 어린 소년인 그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본 적이 있지
그는 연주 여행 중이었는데
머리를 곱슬곱슬 땋아 내리고
칼을 차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
그런데요 괴테와 모차르트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괴테는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했으나
모차르트에게는 오직 음악뿐이어서
'제비꽃'이라는 괴테의 시에
아름다운 곡을 붙였으면서도
그 시가 바로 괴테의 작품인 것을
몰랐을 정도랍니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모차르트 사랑도 진심 가득합니다
'아인슈타인에게 묻다'의 저자인
독일의 사회학자인 윌리엄 헤르만이
죽음이 대체 뭐냐고 묻자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는 것이
곧 죽음~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도 있어요
유난히 푸르고 높고 맑은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보송한 구름 한 조각처럼 반짝이는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쓸쓸함을 달래고 싶습니다
청춘처럼 활기차고
노인처럼 현명한 작품이라는
피아노협주곡 제9번이 어울릴 듯한
가을날입니다
햇살 반짝 바람 솔솔
눈부시게 찬란한 쓸쓸함
그리고 설렘의 빛과
슬픔의 그림자를 함께 지닌
불멸의 모차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