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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Sep 27. 2024

초록의 시간 854 오늘의 복 한 송이

수고 한 잎

엄마님의 복이랍니다

거저 얻는 복이 아니라

전생에 애써 쌓아 모은 복을

이생에서 받으시는 거랍니다


세상에 그 어느 것 하나 공짜 없으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복 없고

오다 주운 복도 없고

저절로 굴러들어 오는 복덩이도

안타깝지만 물론 없답니다


복이라고 쓰고

수고라 읽어야 하는 걸까요

수고한 만큼 돌려받는 것이니

남는 것 없이 제자리걸음인 걸까요


부처님 제자는 아니지만

부처님 말씀을 따르며 사는

친구님들 덕분에 어깨너머로

듣고 배운 윤회라는 말을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엄마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 좋은 덕담 한 마디를 들었거든

이웃에 사시는 어느 분이

절에 기도하러 가시는 길에

우연히 내 곁을 스쳐 지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을 건네십니다


엄마가 전생에 복을 두둑하게 쌓으셔서

이생에서 복을 누리신다는 말씀인데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씀이었어요


엄마는 전생에 복을 쌓아

이생에서 그 복을 누리시고

딸들은 이생에서 복을 쌓아

다음 생에서 누릴 거라고

넉넉한 미소와 함께

무심한 듯 깊은 위로를 건네십니다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위로의 말씀 한 마디

덕분에 웃습니다


그렇군요

전생의 빚으로 인한

이생의 수고로움이 아니라

전생의 수고 덕분에

이생의 복을 누린다니

그것 참 다행이고

이생에서 빚을 지지 않고

수고하며 복을 쌓아가고 있으니

슬며시 웃을 만합니다


지금 수고라고 쓰고

나중 복이라 읽습니다

다음 생이 있든 없는

이생의 수고로움이

다음 생의 복이 된다니

감사한 일이죠


이 수고로움이 버겁지 않고

그런대로 견딜 만한 것 또한

크지 않아도 풀꽃처럼 잔잔한

복이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 봅니다


어제 견디어 낸 힘도

복 한 송이

지금 버틸 수 있는 힘도

꽃 같은  한 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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