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26 함께 하는 슬픔
영화 '서복'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이랍니다
물론 영화 '서복' 속에서요
순둥순둥 해맑은 눈빛의 청년
박보검 배우의 영화 속 역할이
서복이라는 이름의 실험체랍니다
진시황을 위해 불로초를 구하러 떠났던
서복이라는 이름을 복제인간에게 붙였어요
그리운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소망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병에서 자유롭게 오래 살고 싶은
터무니없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시달리고
이리저리 쫓기다가 희생당하게 되는
복제인간 서복은 박보검의 맑은 눈을 빌어
삶과 죽음과 영원에 관한 질문을 건넵니다
삶과 죽음의 철학 그리고 인간 복제라는
묵직한 이야기의 전개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시한부 삶을 사는 정보국 전 요원 기헌(공유)과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동행이라는
소재가 독특하고 각별합니다
향기로운 커피를 부르는 공유 형아와
선하고 맑은 슬픔 스미는 박보검 아우
빛나는 두 배우님의 감성 눈빛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개인적인 취향임을 미리 밝힙니다
실험실에서 실험체의 모습으로 나와
처음으로 바깥세상의 현실을 마주하는
호기심 뿜뿜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에게
너무나 안 어울리는 옷을 사 입히고
처음으로 함께 먹는 음식이 컵라면이군요
젓가락질을 할 줄 모른다고 하자
기헌(공유)이 건넨 포크로
컵라면을 줄기차게 먹어대는 서복에게
컵라면 광고가 잘 어울리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순간
컵라면에 대한 3분의 기다림을 알려주는
기헌을 보며 라면 후 커피는 환상적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기헌은 복제인간 서복을
비밀리에 안전하게 데리고 가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함께 하는 여정이 녹록지 않아요
서복이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기헌을 경계하는 데다가
서복을 노리는 세력들이 뒤쫓아오고
현실의 삶에 익숙하지 않은
서복의 돌발행동이
덜컥 발목을 잡기도 하거든요
하얀 도화지 같은 서복에게는
연구소에 엄마가 있답니다
무슨 엄마냐고 물으니
임세은 박사님(장영남)이랍니다
거기서 뭐하며 지내냐고 묻자
정해진 시간에 씨앗을 먹고 잠도 안 자고
검사받고 밥 먹고 책 읽고 그게 다랍니다
남는 시간엔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계속 생각한다는 서복 기특해요
복제인간인 그를 이용하기 위해
쫓아오는 사람들이 마구 쏘아대는
총알을 거침없이 막아내는 능력자 서복은
실험실이 아닌 울산으로 가자고 해요
울산에 뭐하러 가느냐 묻자
거기 아는 사람이 있다는군요
억제제를 먹지 않은 탓에
자동차 안에서 갑자기 피를 토하다가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에 눈독 들이며
어린 소년처럼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CCTV에 노출되어 다시 쫓기게 됩니다
파도가 남실대는 바닷가에서
서복에게 빨리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며
그게 나를 살리는 길이라는 기헌의 말에
'사람은 어차피 다 죽는 건데
민기헌 씨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냐'는
서복의 대답이 서늘하고
무심하고 무표정합니다
발작이라도 하듯이 마구 화를 내는
기헌의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쓰러져 잠든 그에게 옷을 벗어 덮어주고
물끄러미 바다와 마주 앉은 서복은
때로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이기도 하고
가끔은 책으로 세상을 배운
사색하는 청년의 모습이기도 해요
기헌과 함께 하며 서복은
책이 아닌 사람을 통해
삶과 인간에 대해
조금씩 알고 느끼고 깨달아갑니다
연구소에서는 실험체일 뿐이었으나
기헌과 가까워지며 비로소
인간 서복이 되어 마음이 문을 열어요
'영원하다는 건 끝이 없는 거지
끝이 없다는 건 어떤 거야?
죽는다는 건 어떤 거야?'
잠에서 깨어난 기헌과
나란히 밤바다를 향해 앉은 서복은
죽는 건 영원히 잠드는 것이라는
기헌의 대답에 자신은 잠잘 줄 모른다며
'죽는 기분이 어떠냐?'라고 또 물어요
기헌은 자신의 삶이 후회가 된다고 하죠
혼자 살겠다고 동료의 죽음을 모른척했던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며 우는 기헌 곁에서
손의 힘으로 파도를 만들어내는 서복은
특별하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고
특별한 만큼 외롭고 고독한 존재입니다
울산에 있는 성당의 유골함 앞에서
한경윤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년 사진을 보며
서복은 폭풍 눈물을 흘립니다
'내가 만들어진 이유니까
꼭 보고 싶었어요'
저 세상의 별이 된
한경윤이라는 소년은
임세은 박사의 아들이고
세상을 떠난 아들의 빈자리를
엄마는 서복으로 대신하려 했던 거죠
'그러지 말지~ 그런다고
내가 경윤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죽으면 잠드는 것과 비슷할까요'
서복이 중얼거립니다
'죽는다는 게 두렵고
영원히 사는 것도 두려워요
난 무얼 믿어야 두렵지 않을까요?'
경윤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쏟으며
슬피 울다가 눈가가 벌게진 서복은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 있다는 건
아름답다고 중얼거리다가
연구소로 가자고 합니다
서복은 갈 곳이 없답니다
거기서 태어났고 엄마도 있으니
거기가 집이랍니다
그리고 그래야 기헌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고 태어났고 결국 그렇게 잠들게 될 거라는
그의 말이 가슴 아릿하게 스며들어요
서복은 연거푸 피를 토해내고
경찰차에 쫓기며
기헌은 정신없이 달립니다
짧게 깎은 밤톨머리의 서복은
실험대 위에서 그 동안 입었던
옷과 신발 바라보다가
엄마를 추억합니다
'엄마는 의사가 되고 싶어서 의사가 됐지만
난 뭐가 될 수 있어?
나도 뭐가 되고 싶어도 돼?'
서복은 죽지 않으니까
서복의 골수를 추출하는 실험을
영원히 한다는군요
그건 너무 가혹하다는 기헌의 말에
서복은 사람이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오죠
서복의 DNA를 가졌으니 쓸모가 있다며
서복의 엄마 임 박사의 시신도 보관한다니
인간의 욕심이란 참 가혹하고 비정합니다
엄마의 시신 앞에서 눈물 흘리던 서복은
열혈 눈빛으로 유리를 깨고 총알도 막으며
성난 에너지 하나로 모든 벽을 통과하고
로봇처럼 걸어 나와 피를 토하며 쓰러집니다
다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기헌은
서복에게 도망가라고 하지만
서복은 갈 곳이 없다며
가던 길 그대로 직진하죠
이러다 다 죽는다고 그만하라는데도
어차피 사람은 죽는다며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가~
그냥 그거뿐이었는데'라는
서복의 중얼거림이
잔잔히 여운을 남깁니다
아무리 무서워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그만 끝내 달라는 서복의 부탁을
기헌이 눈물로 들어주는 장면도 먹먹하고
쓰러져서 눈을 감는 서복과
서복을 위해 울음 쏟는 기헌의 모습이
슬프고 쓸쓸하고 안타깝습니다
바닷가 돌탑 위에 돌멩이 하나 얹고 가는
기헌의 마음속에 서복은 함께 합니다
죽어도 없어지거니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 안에 살아남는
그것이 영원한 삶이니까요
지금 행복하니?
서복이 묻는 것 같아요
소중한 삶이니 지금 행복하자고
서복이 웃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