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33 가을의 낭만에 대하여

습관에 대하여

by eunring

올망졸망 사랑스러운

사과대추를 보며

낭만에 대하여 말하고 싶은데

습관에 대하여 말하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에 놓아둔

깜장 고무줄부터 찾습니다

웬 고무줄? 머리 묶는 고무줄이죠


여름내 머리를 길면 긴 대로 내버려 두고

일어나자마자 질끈 고무줄로 묶었거든요

머리를 잘라서 이제 묶을 머리도 없는데

고무줄 먼저 찾다가 피식 웃고 맙니다


잠깐 동네 한 바퀴 돌 때는

습관처럼 늘 쓰던 모자를 찾습니다

여름내 쓰고 다녀 빛이 바래서

야구모자를 하나 사두고는

늘 쓰던 모자를 습관처럼 찾고 있어요


야구모자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미리 정해두고 아예 쓸 생각을 안 하다가

가을색이 마음에 들어 하나 샀거든요

그 모자를 바로 곁에 두고

자꾸만 빛바랜 모자를 찾고 있는

내 손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습관이란 손에서 나오는 걸까요

아니면 생각에서 나오는 걸까요

사과나 대추라는 습관에서 벗어나

똘망똘망 귀엽고 사랑스러워진

사과대추를 보며 또 생각해 봅니다


습관에서 벗어나야

사각하고 상큼한 노랑 사과도 생겨나고

땡글땡글 사랑스러운 사과대추도 나오는 것인데

눈인지 손인지 마음인지 생각인지

습관에 묶이고 습관에 머물러

늘 제자리걸음인 것이죠


습관 대신 낭만에 대하여

습관 말고 감성에 대하여

눈과 마음을 기울여야 하는

지금은 가을이라고 중얼거립니다


습관에 물들어 주저앉는 대신

고운 낭만과 눈부신 감성에 물들어야죠

금빛 햇살 쏟아지는 가을의 골목길을

사과대추처럼 달콤하게 한 걸음

상큼하고 향긋하게 또 한 걸음 걸어가야죠

가을은 습관처럼 다가오지만

가을바람은 어제의 바람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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