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2 울엄마 달걀프라이

울엄마 달걀프라이

by eunring

엄마가 해주시는 따순 밥을

에헴~하고 앉아

편하게 먹어본 지도 한참 되었다

이제 엄마는 밥을 하지 않으신다

밥솥에서 요란하게 증기가 빠지는 소리에

아이 깜짝이야~소녀처럼 놀라시고

밥이 다 되었다는 밥솥여인의 멘트에

밥솥이 말을 한다고 신기해하신다


엄마가 손수 밥을 하실 때도

음식 솜씨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셨지만

그래도 가끔씩 엄마의 따순 밥이 생각난다

학창 시절 도시락 하얀 쌀밥 위에

다소곳이 올려져 있던 달걀프라이는

사랑의 표현에 서툰 엄마가

나에게 보내시는 사랑의 메시지였다


음식 솜씨는 비록 서툴지만

엄마가 정성 다해 만들어주신

음식들도 여러 가지 있다

소나기 차락차라락 오는 여름날의 수제비

당근이랑 감자랑 사과가 듬성듬성 떠다니는 카레

속을 많이 넣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만두

그리고 양푼에 고추장과 참기름

아낌없이 듬뿍 넣어 비빈 나물비빔밥


그중에서도 가끔 먹고 싶은 건

바로 엄마표 달걀프라이다

도시락 하얀 밥 위에 그림처럼 올라앉은

울엄마 달걀 프라이는

참기름을 두르고 부쳐

하얀 끝부분이 노릇노릇 바삭하고

노른자 동그란 부분은 터질 듯 말 듯

포근하고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엄지 척~

네모난 김을 살짝 구워 손으로 잘게 찢어

간장과 참기름에 무쳐내고 참깨 솔솔 뿌린

도시락 반찬 김무침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맛 짝꿍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사랑의 달걀프라이를 해 주시듯

우리 아이에게도 참 많이 해 주셨다

유난히 달걀프라이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를 위해 해 주신 달걀프라이가

30알짜리 달걀판으로 한 트럭이 넘을 거라고

웃으시던 울 엄마


이제 엄마는 밥을 하지 않으신다

달걀프라이도 하실 줄 모른다

이제는 내가 해드린 달걀프라이가

싱겁다~고 내 귀에 속삭이신다

모양도 예쁘지가 않다고 조용히 타박을 하신다


그럼 엄마가 해줘 봐요 달걀프라이

내 말에 엄마가 소녀처럼 입을 비죽이며

중얼거리신다 몰라 난 그런 거 할 줄 몰라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사탕 중독이 되셨다

무엇이든 다 사탕 까먹듯 까먹으신다

트럭으로 한 트럭은 하고도 넘쳤을

달걀프라이까지도 이제는 다 까먹어 버리셨다


고소하고 바삭하고 포근한

추억의 달걀프라이는 안타깝게도

울엄마 손과 기억에서 떠나갔다

지금보다 젊고 총명한 엄마를 기억하는

내 추억 속에만 있다


신기한 일이다

엄마 머릿속 지우개가

달걀프라이도 지워버릴 수 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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