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1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by eunring

라떼는 말이야~

에스프레소에 구름 우유 몽글몽글

고소하고 향기로운 카페라테 말고

할아버지의 라떼는 말이야~

진한 커피에 달걀노른자 보름달처럼 동동

모닝커피가 예술이었지 츄릅~^^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다니시는

할아버지도 그 시절 파릇파릇 꽃청년이었고

그 곁에 다소곳한 할머니는 음악다방에서

멜라니 사프카의 노래를 청해 듣던

사랑스러운 꽃소녀였죠


카페라테도 아닌 하늘에 구름 동동 아침

할아버지의 계란 노른자 동동 모닝커피와

할머니의 음악다방 멜라니 사프카 대신

요즘 아이들의 라떼는 말이야~를

상상해봅니다


신발주머니 대롱거리며 학교에 가는

철 모르는 아이들이 자라 철없는 어른이 되어

살다가 나중 나중, 한참 나중에

이렇게 기억할지도 몰라요


라떼는 말이야~

집이 학교였지

엄마 아빠가 선생님이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놀이친구였어

학교는 어쩌다 가끔씩 가다 말다 했어

휴교가 기본이고 등교는 옵션이었지


라떼는 말이야~

거리두기가 대유행이었어

친한 친구와도 두 팔 간격 거리두기

그래서 친구와 어깨동무를 한 기억이 없어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한 기억도 물론 없지

어쩌다 가끔씩 학교에 가도

짝꿍 없이 뚝뚝 떨어져 앉았거든

점심을 먹을 때도 투명 가림막 사이로

숟가락이랑 젓가락 소리만 속닥속닥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우정이었어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라고

뉴스 자막에 붙박이로 박혀 있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옛말에 우린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라떼는 말이야~

마스크를 금스크라고 부르기도 했어

약국 앞 줄 서기로 시작해서

공적마스크 5부제도 있었고

마스크 사정은 점점 나아졌지만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써야 했지

깜빡 잊고 마스크를 안 쓰면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없었다니까

그래서인지 그 시절 친구 얼굴이 생각나지 않아

친구가 썼던 귀여운 곰돌이 마스크만 떠올라

사진 속에서도 우리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거든

우리는 마스크맨들이었어


라떼는 말이야~

기억나는 엄마의 1등 잔소리가

손 씻자~였어, 얼른 손 씻자~

아무거나 만지면 절대 안 되고

무조건 손을 씻어야 했지

비누칠 퐁퐁 30초 동안 씻고 또 씻었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건

라떼는 말이야~

그렇게 손을 씻고 또 씻었는데

그래도 내 손이 무사히 살아남아서

이렇게 듬직한 어른 손이 되었다는 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라떼는 말이야~

낯설고도 신기한 일상이었어

돌아보니 문득 그리워진다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우울한 추억이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갑갑하고 씁쓸하고 쓰라린 회색빛 추억이지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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