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29 엄마가 아프다

엄마가 아프다

by eunring

엄마가 아프다

엄마가 아프니 내 맘도 따라 아프다

쓰리고 먹먹하고 아릿하다

해 저무는 서쪽하늘처럼

점점 시들어 빛을 잃어가는 엄마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다


내가 어릴 때

엄마는 꽃처럼 젊었다

내가 어른이 되어도

엄마는 그대로 젊을 줄 알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란히 놓여 있는 엄마 신발이

나에게 힘이고 사랑이고 위로였다

나를 반기는 엄마의 신발 속에

기다림이 있었고 아늑함이 머물렀다


책가방을 던져두고

신나게 뛰어나가 놀 수 있었던

어리디어린 힘도 엄마에게서 왔고

친구들이랑 놀다가 저녁 어스름에

나를 찾는 엄마 목소리가 크게 들려올수록

깜깜한 저녁이 오는 게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언제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스한 저녁 불빛 아래

바로 거기 엄마의 신발이 있어서

안심이 되고 좋았다

그냥 든든했다


엄마가 나이 든다는 걸 몰랐다

엄마는 엄마니까 아프지도 않을 줄 알았다

엄마는 엄마라서 언제나 함께일 줄 알았다

엄마가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힘이 없어진다는 걸 몰랐다

엄마의 뼈에 세월의 바람구멍

숭숭 뚫린다는 걸 몰랐다

그 바람구멍으로 엄마의 아픔이

제멋대로 드나든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착한 딸이 아니었다

맘 놓고 착한 딸이 아니었다

나중에 착한 딸이 되려고

미루고 또 미루었다

나중에 얼마든지 맘만 먹으면

착한 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필요할 때 얼마든지

착한 딸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엄마가 나이 들고

그래서 아프고

점점 시들어가는 것이

마음에 정말 안 들어서

나는 또 착한 딸이 되지 못한다

착한 딸이 되는 나를

엄마가 기다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착한 딸이 되기를

또 미루기로 한다

엄마가 아픔을 떨치고 일어서는 날

비로소 착한 딸이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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