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소리까지도 쌉싸름 향기로운
황금빛 가을 숲길을 걷습니다
눈부신 햇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까르르 웃음소리 날리는 숲길 따라
저만큼 여유로이 앞서 걷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켜주는 마음으로 따라 걷습니다
또박또박 차분히 울리는
발자국 소리 가슴으로 받아 안으며
묵묵히 앞서 가는 뒷모습을 향해
사랑의 말을 살며시 건네기도 합니다
말보다는 마음이 더 먼저 닿겠죠
마음의 발자국은 소리도 없이
마음에 닿으니까요
갑자기 뜬금없이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사랑가'의 한 구절이 떠올라
혼자 중얼거려봅니다
판소리 중에서도 '춘향가'는
소리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판소리이고
대중들에게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랍니다
그중에서도 '사랑가'는 이몽룡과 성춘향
청춘 남녀가 서로 사랑을 주거니 받거니
사랑에 겨워 부르는 노래죠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얼마나 곱고 사랑스러우면
뒤태도 보고 싶고 앞태도 보고 싶고
걷는 태와 웃는 잇속까지 보고 싶다고
안달을 하는 걸까요
태(態)는 맵시를 말한답니다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이니
멋을 부릴 때 맵시를 낸다고 하고
옷을 입은 모양새를 옷매무새
머리를 매만진 모양새를
머리 매무새라고 하는 거죠
여러 걸음 적당히 뚝 뒤떨어져
뒤태가 고운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엽렵하다'는 말도 뒤이어 떠오릅니다
바람이 가볍고 부드럽다는 말인데
슬기롭고 민첩하거나 분별 있고 의젓할 때도
엽렵하다고 표현한다죠
'마음씨가 고우면
옷 앞섶이 아문다'는 속담도 있어요
앞섶이란 옷의 앞자락에 대는 섶이니까
아름다운 마음씨는 겉모양으로도
나타난다는 말인데요
조신하게 걷는 뒤태도 곱고
엽렵한 데다가 마음씨 솜씨 맵시에
말씨까지 고우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다 가지는 것도 욕심이고
옛다 오다 주웠다~며 툭 내 주듯이
인생이 그렇게 녹록지 않으니까요
손재주와 손재간이 있는 사람을
금손이라고 하는데요
손을 놀려 어떤 일을 하는 재주라는 뜻을 가진
솜씨의 옛말이 손씨라는 이야기도
듣고 보니 그럴 법합니다
그런데요
금손 꽝손은 있어도
금발이나 꽝발은 없잖아요
누구나 걷는 인생길은 발재간과 상관없이
저마다 걸어가는 세월의 길인 거니까요
슬픔도 즈려밟고 아픔도 꾹꾹 눌러 밟으며
걸어가는 인생길에 금발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그 누구도 훌쩍 스쳐 지날 수 없고
눈 감고 건너뛸 수도 없는 인생길은
금발에게나 꽝발에게나
어김멊이 벅차고 버거운 길이고
한 걸음도 에누리 없는 길이니까요
사랑스러운 이들의 뒷모습에는
꽃다운 시절의 애틋함도 스며 있고
눈물겨운 날들의 아픔도 잔잔히 고여 있어
지금 걷는 길이 피어나는 꽃길 아닌
아련히 저무는 단풍길이라 해도
세월의 걸음걸음 맺힌 사연마다
그저 기특하고 곱고 귀할 뿐~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이도령과 춘향이는 물론 아니지만
'사랑가'가 절로 나올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