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79 내일을 바라지 않아

그냥 오늘을 살아

by eunring

내가 바라는 건

내일이 아니야

나는 그냥 오늘을 살아


내가 바라는 건 내일이 아니고

몇 날 며칠 후 몇 달 후도 아니고

내년도 아니고 먼 미래가 아니야

한 걸음씩 걸으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야


느리게 아주 천천히

다만 한 걸음씩을 걷고 있어

급하게 종종걸음을 치지도 않고

건너뛸 생각도 하지 않아

훌쩍 뛰어넘을 생각도

감히 하지 못해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욕심을 버려서가 아니라

미련을 거두어서가 아니라

참고 견디고 가까스로 버티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어


기다리면 희망이 온다고 하지만

내일을 기다릴 줄 몰라서도 아니고

지난 시간을 차분히 돌아보며

잠시 여유를 누릴 줄 몰라서도 아니지


당장 눈앞이 버거워서

한 번에 더 멀리까지

내다볼 수가 없기 때문이야

내딛는 발걸음이 무거워서

두 걸음씩 걸을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나 머무르지 않아

외롭고 버거운 시간이지만

더 바라는 것도 없고

더 내려놓을 것도 없으니

잠시도 주저하지 않아

울지도 하소연하지도 않고

단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아


햇살의 눈부심에 기죽지 않고

가끔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다가

잠시 흰 구름과 눈 맞추고 웃기도 해

한숨 대신 깊은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또박또박 걷고 있을 뿐이야


크게 웃지 못하더라도

미소 한 모금 입가에 머금으며

나는 지금 걷고 있어

서두르지 않고 다만 한 걸음씩

주저앉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묵묵히 걷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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