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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시간 386 당신의 빛 속에서

겨울나무에게

by eunring

나뭇잎 훌훌 떨구어 낸

텅 빈 겨울나무가

가슴 가득 파란 하늘을 품었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머플러처럼 목에 두르고

붉은 열매들을 살포시 어깨에 얹고

시린 바람을 포근히 안고 있어요


하늘의 파랑은 더욱 푸르게

주홍 열매는 알알이 선명한 빛으로

보이지 않는 찬바람까지도

나뭇가지 사이로 다정히 휘감으며

겨울나무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끄트머리 계절을 담아 안고 있어요


부질없는 욕심을 털어낸 자리에

덧없는 꿈 대신 봄날의 희망을 간직하고

말없이 서 있는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D. 엘더의 ' In Your Light'

노랫말을 생각합니다

'당신의 빛 속에서

나는 사랑을 배웁니다'


겨울의 빛 속에서

사랑을 배우는 겨울나무처럼

오늘의 빛 속에서

나도 사랑을 배워간다고

중얼거려봅니다


오늘의 빛이 흐리더라도

내일의 빛은 맑고 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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