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의 시간 385 추억의 맘모스 빵

커피 친구 맘모스빵

by eunring

철부지 어릴 적에는

큼직한 식빵 한 봉지에 마냥 행복했고

너부데데한 모양의 오돌토돌 바삭 달콤하고

이름까지 큼지막한 맘모스 빵 한 봉지에

까르르 깔깔 즐거운 웃음꽃이 피어났었죠


줄을 서서 사 먹는다는 맘모스 빵을

손끝으로 온라인 주문해서

집에 앉아 비대면 택배로 받아

커다란 접시에 올려놓으니

맘모스빵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듯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어린 내 눈에는 맘모스 빵이

아버지 얼굴보다도 더 커서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뿌듯하니 즐거웠어요

생크림과 딸기잼이 달콤 새콤

동화 속 과자나라 같았거든요


내 손을 쫙 펴도 덮어지지 않을 만큼

넙적하고 큼직한 추억의 맘모스 빵이

추억의 무게 덕분에 더욱 묵직합니다

포슬포슬 달콤하고 오돌토돌 바삭한

소보로 빵이 개 두툼하게 겹친 사이에

연둣빛 완두 앙금 빛깔이 곱고

밤알이 들어간 버터크림에 팥앙금까지

다채롭고 맛나 보입니다


우유 한 잔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커피와 함께 먹으면 더 좋은

맘모스 빵이 유난히도 커 보이는 것은

사이좋게 나눠 먹을 동생들이

바로 곁에 없기 때문이죠

혼자 먹기에는 너무 커서 나머지는

냉동실 신세를 져야 할 듯합니다


어릴 적 추억 속 맘모스빵 한 조각에는

부드러운 생크림에 딸기잼이 듬뿍

유난히 폭신하고 달콤했었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 조각씩 나눠먹다가

입가에 소보로 가루를 묻히며 웃던

동생들은 이제 저마다의 가족과 함께

하하호호 웃음을 나누고 있으니

그 역시 흐뭇하기만 한데

어쩌다 먼저 하늘 여행을 떠난

동생 생각에 문득 목이 멥니다


자매들 중에서 키가 크고

마음 씀씀이까지 너그럽던 동생도

맘모스빵을 좋아했으니

오늘은 마음의 앞자리에 동생을 불러 앉히고

너 한 조각 나 한 조각 추억을 나누어 봅니다

맘모스 빵의 고소한 달콤함에

추억의 씁쓸함과 함께

커피의 개운함도 웃으며 나누어야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록의 시간 384 나만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