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384 나만의 빛
1994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은
몇 번을 다시 보아도
언제 어떤 마음으로 보아도
작고 순수하고 포근한 불빛이
사랑스럽게 반짝입니다
배우를 꿈꾸는 차분하고 온화한 메그와
작가를 꿈꾸는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조
음악가를 꿈꾸는 수줍고 사랑스러운 베스와
화가를 꿈꾸는 깜찍하고 야무진 에이미
네 자매가 저마다 다른 불빛으로
색색의 꼬마전구처럼 빛나며
따스한 미소를 머금게 하죠
네 번째로 만든 1994년 '작은 아씨들'은
호주 출신 여성 감독 질리안 암스트롱의 작품으로
화려하지 않은 만큼 고전적이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절제된 감동을 안깁니다
'우리 자매의 기억에
그해 겨울이 가장 추웠다'는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가장 암울한 시간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 내는 따스한 빛이 아름다워요
가장 어렵고 가난하고 추운 겨울 한복판
전쟁으로 등잔 기름이 귀한 시절이었으나
그 어두운 시절에 마치 가의 작은 아씨들은
'우리만의 빛'을 찾아냈다는 대사가
와락 마음이 꽂힙니다
둘째 조를 연기하는 위노나 라이더와
로리를 연기하는 크리스찬 베일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고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하는 조를 보며
2019년 버전에서
시얼사 로넌이 연기하는 조의 모습을
되살려보는 재미도 있어요
언제나 그렇듯 베스와의 작별이 아쉽지만
'그저 썰물처럼 사라지는 거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베스의 대사처럼
우리들의 슬픔도 계절도 인생도
천천히 멈추지 않고 흘러갑니다
지금 창밖에서 빛나는
겨울 햇살을 한 줌 한 줌 모아서
나만의 빛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작은 아씨들이 암울한 시간 속에서
그들만의 훈훈한 빛을 만들어 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