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22 노릇한 인생의 맛

노련한 호박전

by eunring

노릇노릇 감자전인 줄 알았어요

감자를 갈아서 동글동글

포근하게 부친 건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포실포실 감자전이 아니라 호박전이래요


파릇한 애호박이 아니고

노련한 어르신 호박이랍니다

연둣빛 풋풋한 호박이 아니라

노릇노릇 무르익은 늙은 호박이랍니다


솜씨 야무진 친구님이

큼지막한 어르신 호박 하나 득템 해서

딱 잘라 절반은 호박죽으로

나머지 절반은 호박전으로 부쳤답니다


쓱싹 껍질 벗겨내고

도깨비방망이로 드르륵 갈아서 만든

부드러운 호박전이 겉바속촉 맛나답니다

귀여운 이솜이도 좋아하겠죠

발그레한 볼을 오물딱거리며 사랑스럽게 먹고

쑥쑥 키도 크고 아장걸음도 튼실해져서

친구님의 품 안으로 안겨들며 외칠 테죠

마시따 마시따~고 종알거리면서요


그런가 봐요

풋풋한 애호박전은 파르라니 맛있고

노릇한 늙은 호박전은 무르익어 더 맛나고

철부지 인생이 철없어 고달프듯이

무르익은 인생은 철든 만큼 고단하고~


그런 건가 봐요

애호박이 있고 늙은 호박도 있고

아가들도 있고 애어른도 있고 어르신도 있고

그래서 서로를 다독다독 품어 안으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사는 것이

자연과 인생의 흐름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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