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21 맑고 향기로운

커피 대신 귤피차

by eunring

새콤하고 아삭한 사과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껍질 깎는 게 번거로울 때도 있어요

껍질째 먹는 사과도 있으나

사과는 예쁘게 깎아서 먹어야 제맛이죠


한겨울에는 상큼달콤한 귤을

한가로이 까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손만 내밀면 먹을 수 있는 주홍빛 귤을

식탁이나 탁자 위에 놓아두고

오며 가며 한 알씩 까먹는데요


겨울바람이 시리고 추워도

따사로운 햇살이 파고드는 거실에 앉아

새콤달콤한 귤을 몇 알 까먹으면

기분까지 상큼달큼 더 바랄 게 없어요


주홍빛 귤껍질은 껍질대로

먹고 난 자리에 무심히 놓아두곤 합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향기가 좋으니까요

귤껍질이 꼬들꼬들 말라가며 퍼뜨리는

은은한 향기가 여유롭고 기분 좋거든요


귤 알맹이보다 비타민 C가

서너 배 많이 들어 있다는

귤껍질을 깨끗이 씻고 얇게 채 썰어

바삭하게 말려 약불에 살짝 볶으면

향과 맛이 한결 깊어진답니다


말린 귤껍질을 감초와 함께 끓이면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고

생강을 넣어 끓이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 예방에도 좋다는데요


귤껍질을 수북이 쌓아두고

다만 상큼한 향기를 즐길 뿐입니다

놀고먹는 걸 좋아하는 게으른 내 손은

귤피차를 만들어볼 생각조차도 하지 않아요

물을 끓여 삼각티백에 들어 있는

귤피차를 우려내 마시면 되니까요


맑은 향기 머금고 있는

귤피차가 노란빛으로 우러나오면

눈이 먼저 즐겁습니다

달콤새콤 사랑스러운 향기에

쌉싸름한 맛까지 아리땁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커피 대신 다른 차를 마시는데

겨울에 마시는 귤피차는

상큼한 행복의 향기를 건넵니다


유자 알갱이가 톡톡 기분 좋게 씹히는

하트 양갱 곁에 귤피차가 잘 어울리는데요

맑고 따사로운 빛깔도 예쁜 노란색이어서

우애 깊은 자매 같아요


눈이 즐겁고

두 손이 여유롭고

마음이 행복한 시간

그러다가 문득 이유도 없이

슬픔 한 줌이 스며들기도 하지만

괜찮아요~슬픔까지도 지금 이 순간

맑고 향기로운 나만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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