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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05. 2024

초록의 시간 735 봄은 소중해요

미니미 버터링쿠키

올망졸망 똘망똘망

미니미 버터링쿠키를

앞에 두고 생각합니다


작아서 소중하고

금방 녹아 사라지니

아쉬운 만큼 더 달콤한

한 송이 봄날 같다고


짧은 봄날이 

귀하고 소중한 것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일까요


희디흰 손톱 같은 꽃망울

비죽 내밀다가 활짝 피어나

스쳐 지나는 바람과 눈 한 번 맞추고는

미련 없이  떨어져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목련송이처럼

짧고도 귀한 봄날의 한순간을

어찌 보내면 좋을까

곰곰 생각합니다


고개 들어 바라본 봄하늘이

솜사탕처럼 보드레해서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반달' 노래가 저절로 새어 나오고

어릴 적 친구들과 마주 앉아

소리 맞춰 노래를 부르며

손동작 놀이를 하던 생각이 납니다


아침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노래와 함께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구리구리 쎄쎄쎄

손놀이를 하 생각나서

어린 마음으로 웃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재미난 놀이를

할머니랑 고모와 하거나

동네 친구들과 어린 동생들이랑

재미나게 놀던 기억은 떠오르는데

엄마랑 놀았던 기억은 별로 없어요


엄마와도 함께 했는데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고

다른 기억들이 더 선명해서

살며시 묻힌 걸 수도 있을 테죠


손으로 딱 집어서 입에 쏙 넣어

달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고소한 미니미 버터링쿠키를

한 봉지 사 들고 와서는 

엄마 한 개 나 한 개 사이좋게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구리구리 쎄쎄쎄

놀이를 해볼 생각입니다


어린 내가 딸바보 아버지랑 놀고

할머니와 고모랑 재미나게 노는 사이

엄마 혼자 외롭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테니

짧은 봄날이 저물기 전에

미루지 말고 해야겠어요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 보면

지금은 있어도 나중은 없으니까요


엄마링 마주 앉아

아침바람 찬바람에~

구리구리 쎄쎄쎄 놀이를 해보려는데

그 또한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엄마는 마음이 움직여야

비로소 꼼지락꼼지락 

슬로 슬로우 슬로모션으로

마지못해 손을 내미시니까요


이 봄이 가기 전에

구리구리 쎄쎄쎄 놀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시작이 반이라는 것을 믿으며

일단 시작은 해 보렵니다

봄이 제아무리 짧아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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