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걷는
나만의 목련길이 있습니다
가장 예쁠 때
목련 꽃망울을 찍어 보려고
그 길에서 잠시 걸음을 늦춥니다
바로 어제가 그 타이밍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무리의 초등생들이
왁자지껄 즐거운 놀이 중이어서
차마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그 길을 지날 때
마침 아무도 지나지 않는 순간이어서
가장 예쁠 때를 살짝 비켜난 목련을
사진으로 저장합니다
아쉬운 내 맘을 들여다보았는지
배시시 새하얀 미소 건네며
목련이 이렇게 묻는 듯
그대의 가장 예쁠 때는
언제였냐고~
대답 대신 고개 끄덕이며
목련길을 지나갑니다
내가 무어라 대답하든
우문현답 아닌
현문우답일 것 같아서요
그대에게도
가장 예쁠 때가 있었을 테죠
그때가 이미 지났다면
가장 예뻤을 때가 있었을 거고
지금이 가장 예쁜 때라면
더 이상 좋을 수 없고
그때가 아직 오기 전이라면
가장 예쁠 때가 오고 있을 거예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게도
가장 예쁠 때가 언제인가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선뜻
봄이라고 대답하겠죠
지금이 봄이니까요
목련 역시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내가 가장 예쁠 때는
어제도 아니고 내일은 더욱 아닌
바로 지금이니 아쉬워 말라고
지금이 그대와 나의
가장 예쁠 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