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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07. 2024

초록의 시간 737 단순한 기쁨

밀물 같은 슬픔

자주 지나는 길에

모던한 창문의 카페가 있고

시크한 모습의 음식점이 있어요


어느 날 지나다 보니

모던 카페의 문이 닫혀 있고

네모난 노랑 포스트잇에 적힌

수줍은 간단 메모가 붙어 있었죠


신혼여행으로 며칠 쉰다는

용건만 간단 짤막한 메모를 보며

혼자 웃으며 생각했어요

기쁨은 참 간단명료하구나~


그 며칠 후

모던 카페의 창문은

쥔장이 여행에서 돌아왔는지

온화한 불빛이 감돌며

잔잔히 행복한 모습이어서

또 웃으며 생각했어요

행복은 이미 그 안에 가득해서

일부러 소란한 소리를  

필요가 없는 거구나~


 얼마 후에는

시크 음식점 유리문에

A4 한 장이 붙어 있어서

지나가다 말고 읽어보았는데요


아파서 입원하게 되었다는

쥔장의 안타까운 글씨였어요

건강하게 돌아와 다시 문을 열겠다는

쥔장의 마음이 애틋하게 담겨 있었죠


그런가 봐요

기쁨과 행복은 단순 명료해서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마음이 덩달아 밝고 환해지는데

아픔의 옷깃 단단히 여미어 

크게 소리를 내지 않아도

밀물처럼 밀려들어서

마음을 적십니다


모던 카페에

한결같은 기쁨이 머무르고

시크 음식점 쥔장이 건강을 회복해서

활짝 문을 열고 맛난 냄새 풍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던 카페와 시크 음식점

두 쥔장을 아느냐 물으신다면

모릅니다~ 지나다니기만 했거든요

이름도 성도 성별도 모르고

얼굴을  적도 없어요


서로 알지 못하는 

낯설기만 한 비대면 관계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이웃입니다

두 사연이 눈에 밟혔으니까요


두 쥔장의 또박또박 글씨가

문득 눈에 들어오고

단순 기쁨에 흐뭇하게 웃다가

아픈 사연에 마음 서성이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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