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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08. 2024

초록의 시간 738 우산 따위 필요 없어

우수수 꽃비 내리더라도

비가 온다고

친구가 톡문자를 보냅니다

웬 비? 내 창밖은 말짱한데~

비가 온다 꽃비가 온다~

친구가 호호 웃어요


그러네 꽃비가 오네

비가 와도 우산 따위 필요 없는

하늘하늘 꽃비가 오네

친구 따라 나도 호호 웃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단지 안에 벚나무가 지천이라

일부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게 벚꽃비가 내린다는

친구의 말에 그래 맞아~

고개를 끄덕입니다


스치는 바람 한 자락에

분홍 꽃비 한 움큼

꼬리를 물고 지나가는

바람 두 줄기에

꽃비 우수수


봄꽃들은 천사 마음이라

동네 길에서도 벚꽃놀이 즐기라고

분홍도 아닌 하양도 아닌

분홍이기도 하고 하양이기도 한

벚꽃비가 후루루 날립니다


꽃단장하고 꽃신 신고

멀리 나가지 않아

꽃들이 내게로 옵니다

바람결 따라 작별의 손짓 흔들며

공동현관까지 따라 들어오는

꽃이파리들이 애잔합니다


꽃비가 내리더라도

우산 따위 필요 없으나

아쉬움과 애틋함은 함께 나풀댑니다

꽃비 내리면 봄이 저무니까요

곱고 사랑스럽게 저무는 법을

기울어가는 봄에게 배웁니다


설렘으로 왔다가

꽃이파리 떨구며 저물어가는

봄날의 다정한 손끝을 빌어

세상 모든 고단함을

쓰담쓰담 어루만지듯이

화단을 분홍 점박이로 물들이며

나풀나풀 흩날리는

참 고마운 봄날의 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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