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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pr 09. 2024

초록의 시간 739 커피의 시간

커피가 뭐길래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신나게 대롱거리며 오다가

어머나 이를 어째요

칠칠치 못하게 덤벙대다가 그만

커피를 옷소매에 흘렸어요


아 아까워랏~

커피 얼룩이 진 옷이 아니라

흘린 커피가요

커피가 뭐길래~


젖은 옷소매야 물에 빨면 되는데

방울방울 흘린 커피가 아까워

못생겨지게 찡그리는 내가 웃퍼서

잠시 걸음과 생각을 일단 멈춤

커피가 뭐길래~


그러고 보니

크게 아프고 난 후에도

생수 한 모금의 청량함과

죽 한 숟가락따스한 행복

그리고 회복 후 다시 마시게 된

커피 한 잔의 기쁨으로

다시 살아났구나~

마음이 반짝이던 생각이 납니다

커피가 대체 뭐길래~


그렇다고 커피를

마구 마시지는 않아요

1일 1 커피로 충분하고

어쩌다 한 잔 더 마시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마시지는 않고

일주일에 한 번은 커피도 쉽니다


커피를 즐기지 않는 친구와는

친구가 좋아하는 다른 차를 함께 마시고

커피 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으며

친구와 커피에 대한

소심 예의를 지키는 편입니다


삼시 세끼 밥은

서툴고 느린 내 손으로 해 먹지만

커피는 남의 손을 빌려 마십니다

내가 먼저 나를 챙기고

나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하는

짧지만 여유로운

시간의 선물이니까요


커피는 한 잔의 위로거든요

굳이 내 속마음을 묻지 않고

속마음을 애써 숨길 필요도 없으니

세상 편안한 시간입니다


방울방울 소중한

한 잔의 커피는 무심한 눈빛으로

묵묵히 내 곁을 지키는

향기로운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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