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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Feb 05. 2024

초록의 시간 687 사람이 좋아서

영화  '로봇 앤 프랭크'

우리 동네에도

로봇카페가 생겼어요

지나치면서 보니 바리스타 로봇이

신기해 보여서 호기심으로

한번 가보기는 했습니다

바리스타 로봇의 움직임도 궁금하고

바리스타 로봇이 만들어 주는

커피 맛도 궁금해서요


흥미롭고 재미도 있긴 했으나 그뿐

바리스타 로봇도 어쨌거나 로봇이니

아직은 낯설고 서먹하고 어색해서

사람의 향기와 온기가 더해진

사람손 커피가 정겹고

따사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그다지 많이 좋아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로봇보다는 사람이

역시나 좋으니까요


'세상의 모든 자물쇠는 퍼즐과 같고

그 퍼즐을 맞추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한데

그 열쇠는 바로 시간'이라는

전직 금고털이범다운 주인공

프랭크의 말씀에서부터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어쩌다 보니 첫 장면은 놓치고

프랭크가 말하는 부분부터 보게 된

'로봇 앤 프랭크'는 건강도우미 로봇과 

프랭크의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요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곰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입니다


오래전 아내와 이혼 후

치매에 걸려 혼자 살고 있는 프랭크에게

주말이면 왕복 열 시간 걸려 찾아오던

아들 헌터가 힘든 방문을 대신할

도우미 로봇을 아버지 곁에 두고 갑니다


프랭크의 취미는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읽기인데

어느 사업가가 도서관을 인수하고는

책 대신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됩니다


정찰 활동이라며 로봇과 함께

도서관을 털어 돈키호테 책을 가져온

프랭크는 부잣집을 계획까지 세우는데

바쁘다며 전화로 안부만 묻던 딸 매디가

느닷없이 아버지와 함께 지내겠다고

불쑥 들이닥쳐서는 

로봇의 비밀번호를 눌러

띠용~ 작동을 중지 버려요


다시 로봇을 깨우자는 그에게

사람이 할 일을 로봇에게

대신 시키면 안 된다고

딸은 고집을 부리죠

혼자 정찰 활동하던 그는

로봇은 내  친구~ 라며

작동 버튼을 다시 켜자고 딸을 조릅니다

로봇의 인격을 지켜주고 싶어서죠


부잣집을 털기 위한 계획에

로봇을 친구 삼아 끌어들이는데

매의 눈으로 경보장치를 피해

수월하게 금고를 찾아내 로봇에게

모든 숫자를 조합해서 비번을 알아내라는

프랭크는 이미 로봇의 친구이고

생활의 동반자입니다


보안관이 찾아오자

증거를 없애는 프랭크에게

자신의 메모리를 지우기 위해

포맷해야 한다고 로봇이 말하지만

로봇의 기억을 지울 수 없다는 그와

로봇일 뿐 인간이 아니라는

로봇의 대화가 진지한데

진지한 만큼 웃퍼요


인간이 아니고

인간을 따라 할 뿐이니

자신의 메모리를 지우라는

로봇의 말대로 삭제 버튼을 누르고

로봇을 정지시키는  그의 모습

친구를 잃은 듯 안쓰러워 보입니다


기억을 잃어가던 그는 

마침내 요양원으로 갑니다

찾아온 아들과 산책 함께 식사도 하고

떠나는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아들과 악수 후 슬며시 건네는 쪽지에는

로봇이 가꾸던 텃밭

토마토 아래를 파보라고 적혀있어요


가족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며

웃는 프랭크는 대체 그 아래

무엇을 묻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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