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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18. 2023

초록의 시간 651 인생의 비탈길

행복의 비결

산타 할아버지도

행복 배달 힘드시겠어요

요즘 굴뚝이 없으니

사다리를 타고 오르시네요

가파른 정도가 장난 아니게

완전 수직입니다


번개배송 새벽배송 문앞배송에

익숙해져 버린 요즘 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으니

선물 주머니 등에 지고

얼른 빨리 선물 배송하려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실 것 같아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배송길도

인생의 비탈길 못지않은

가시밭길이라는 생각이 들이요

수직 사다리를 오르며

산타 할아버지는 그래도 행복하시겠죠

선물 배송이 크리스마스 한정이니까요


가파른 오르막길 오르며

생각했어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니

참고 견디다 보면 금방

천천히 내려가는 길이 나올 거라고


어쩌다 꽃도 보고

그러다 바람과 함께 쉬어가는

쉬엄쉬엄 내리막길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내리막길 역시

가파르게 비탈진 내리막입니다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인생의 비탈길이

오르막 내리막 숨 가쁘고

거칠고 가파르게 이어지지만

그래도 사이사이

뭔가 기다릴 것이 있어서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철부지 아이처럼 설레며

새하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어차피 내돈내산이지만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며

행복의 비결에 대해 잠시

곰곰 생각해 봅니다


낄끼빠빠라는 말이 있어요

아주 오래전에도

중국 춘추시대 범려라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의 비결이

치고 빠질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니

고개 끄덕이며 동의합니다


범려는 친구 문종과 함께

월나라 왕 구천을 섬기며 안팎으로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킨 공신이지만

구천이 베푼 잔치 중에 쪽배를 타고 떠나며

친구 문종에게 쓴 편지에 토사구팽이라는 

글귀를 남겼다고 해요


토끼가 잡히고 나면

쓸모가 없어진 사냥개는

잡아먹히게 된다는 사자성어

토사구팽이

바로 범려의 말씀이었답니다


오왕 부차 월왕 구천의 이야기까지는

너무 길고 번잡하니 생략하고

오왕 부차의 마구간지기를 하며

와신상담 버티다 마침내 성공했으나

왕이 된 구천과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범려는

높은 벼슬과 명예를 내려놓고

미련 없이 떠났답니다


월왕 구천과 고난은 함께 해도

즐거움을 나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물러설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니

낄끼빠빠의 원조인 셈이죠


제나라로 떠나 스스로 치이자피라고 

이름을 바꾸고 살았는데 

큰 부자가 되었으나 모은 재물은

모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답니다


떠날 때 훌쩍 떠날 줄 알고

버릴 때 훌훌 버릴 줄 알고

나눌 때 아낌없이 나눌 줄 아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네요

찌푸린 얼굴마저도 매혹적인

미인 서시와의 로맨스도 전해지는데 

어디까지나 전해오는 이야기일 뿐


산타 할아버지와 범려 할아버지가

대체 무슨 상관이냐 물으신다면

두 분 다 낄끼빠빠의 실천자가 아니실까요

산타 할아버지도 크리스마스 한정

범려 할아버지도 오르막까지만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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