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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Dec 17. 2023

초록의 시간 650 겨울나무에게

겨울나무를 봅니다

세상의 모든 나무들은

겨울에 태어났을까요?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겨울나무를 불러 봅니다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이원수 시인의 동시에 곡을 붙여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겨울나무 노래를 불러봅니다


훌훌 나뭇잎들을 벗어버리고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가

이렇게 중얼거려요

난 그냥 나무이고

계절이 겨울일 뿐이라고


새순 돋는 봄나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계절이 피어나는 봄이니

꽃이 되어 피어나느라 애쓴

설렘과 몸부림과 기쁨있었고


초록 무성한 여름나무는

따가운 햇볕을 견디며

자신보다 더 더운 이에게

시원한 그늘 내어주는

나눔의 행복 배우고


철이 든 가을나무는 

울긋불긋 반전을 받아들이며

내 것을 덥석 내어주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었다가

포기가 아닌 체념으로

훌훌 벗어버릴 줄 알게 되었고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바람과 맞짱 뜨며

자유로움에 이어 덤으로 오는

외로움이라는 호사를

맘껏 누리는 중이라고~


멀리 있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눈앞의 사람을 놓치고

발돋움하며 먼 앞날을 바라보느라

눈앞의 순간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겨울나무를 보며 생각합니다


나무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 사계절을

애쓰고 견디고 버티며

한결같이 늘 그 자리에서 

오는 사람 반기며 싱긋 미소~


스쳐 지나가는 이를 향해

손 내미는 대신 무심 인사 건네고

분주히 제갈길 가는 사람

애써 붙잡지 않는 모습을 보며

진심 사랑을 배우는 

지금은

차가움 깊어지는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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