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3 잠깐 생각 좀 할게

사색의 시간

by eunring

산 아래 친구는 걷기를 좋아하고

나는 햇살 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우두커니 멍 때리기를 좋아합니다


둘이 만나면 그냥 걸어요

산 아래 친구는

카페에 앉아 있는 걸 답답해 하지만

나는 느릿느릿 걷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우리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우리의 덧없는 행복은 생겨난다'라고 말한

프랑스의 사상가이고 교육 철학자인

자크 루소도 걷기를 좋아했다고 해요

산책하다가도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들을 글로 쓸 수 있도록

잉크와 종이를 들고 다녔답니다


아름답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면서

자식들은 고아원에 맡겨둔 채

평생을 바람처럼 떠돌며 고립되고

고독한 삶을 살았다는 그가

미완성으로 남긴 작품도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랍니다


그에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잉크와 종이 대신 손에 들고 다니다가

생각이 반짝 떠오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손끝 메모를 했을까요?

스마트폰에 매이고 싶지 않아

그냥 던져두고 자유로이 걸었을까요?


그는 만년의 마지막 열정으로

생피에르 섬 숲을 걸으며 만난 식물들에 빠져

모든 식물들의 아름다움과 구조를 관찰하고

빠짐없이 기술하는 작업을 했다고 해요

'기록으로 남길 것들이 너무도 많아

여생을 다 바쳐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하며

손에는 돋보기를 들고 섬을 뒤지고 다니면서

자연을 통해 배우고 마음의 평정과

위안을 얻었다고 하죠


섬세하게 식물 표본을 만들고

초보자들을 위한 식물학 편지도 쓰고

식물표본집도 만들며 즐거워하면서

병든 마음을 치유했다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첫 번째 산책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마침내 나는 이 세상에 혼자다

형제도 이웃도 친구도 사귈 사람도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식물은 하늘의 별들처럼 사람에게

즐거움과 호기심을 일으키게 하고

또 자연을 연구할 매력을 느끼게 하려고

이 지상에 아낌없이 뿌려져 있는 건 같다'는

그의 말 속에 식물 사랑이 가득합니다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자연은 저만치 멀리 있어 아쉽지만

우두커니 멍 때리는 시간도

사색의 시간이라면

스마트폰아~

잠시 너를 내려 두고

잠깐 생각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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