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4 애기씨 마음 닮은

수줍은 봄이 오고 있어요

by eunring

마음은 이미 봄입니다

볼 빨간 애기씨 마음 닮은

수줍은 봄이 오고 있어요


꽃이 귀하디 귀한 이른 봄

우아하게 실내 장식으로 많이 쓰인다죠

명자꽃이라고도 부르는 진홍빛 꽃

산당화를 만났거든요


집 근처 카페에 잠깐 들렀는데

산당화와 천일홍과 카네이션

이른 봄소식을 알리는 세 자매 꽃이

우아하고 우애롭게 나를 반깁니다


산당화 나뭇가지에 발그레한 꽃망울이

수줍은 듯 살포시 웃고 있어요

제법 진한 붉은 미소 담뿍 머금어도

꽃망울이 잔잔해 화려하기보다 청아하고

향기도 은은하게 퍼지는 산당회는

애기씨꽃나무라고 부르거나

아가씨나무라고도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수줍은 애기씨처럼

배시시 웃고 있는 것 같아요

꽃말도 겸손이라고 하는군요

고요한 겸손과 나직한 수줍음은

다정한 자매 사이인지도 모르죠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피어나

겨울 지나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봄맞이꽃 산당화는 매화를 닮아

2월의 매화라고 불린답니다

열두 달 화투 그림 중 두 번째

매화와 새가 그려진 매조의

붉디붉은 꽃이 바로 산당화래요


여리고 길게 나긋나긋 뻗은 가지에

장미 닮은 뾰족 가시도 돋아 있고

올망졸망 피어난 꽃송이들 사이

빈 공간의 여유로움까지도 그윽하고

우아한 매력을 수줍게 품고 있어요


산당화 나무는 붉은 꽃이 너무 고와서

애기씨 마음에 싱숭생숭 바람이 들기 때문에

예전에는 집안에 심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그만 호호~ 애기씨처럼 웃어봅니다


겸손한 듯 수줍은 애기씨꽃 산당화 곁에

엄마의 사랑을 간직한 꽃 카네이션

사이에서 달콤하게 꿈속의 사랑을 전하는

향기로운 천일홍도 더불어 정겹습니다


꽃도 사랑도 사람도 여럿이 함께 해야

곱고 예쁘고 정답고 사랑스러운데

어수선한 요즘 우리 서로 가까이 하기에

조금 먼 사이가 되어 버렸으니

아쉽고 안타깝지만

그래도 봄이 오고 있어요


산당화 붉은 꽃잎 닮은 수줍은 설렘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철부지 애기씨 마음

바람결에 싱숭생숭 흐트러 놓으며

내가 봄인지 봄이 꽃인지 꽃이 바람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봄이

그래도 오고 있어요


그립고 보고픈 사람들과

서슴없이 가까이 거침없이 더 가까이

웃으며 함께 할 수 있는 날들이

따사로운 봄볕과 보드라운 실바람 안고

나비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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