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2 엄마는 엄마라서
초록 봄동의 노래
엄마도 엄마 노릇이 처음이라서
많이 버거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서
서툴지만 아름다워요
더구나 울 엄마는 어린 나이에
엄마랑 떨어져 낯선 엄마 손에서
영리한 고집쟁이 꼬맹이로 자랐으니
그 시절 어린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릿했을까
문득 생각하니 더욱 애잔합니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서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엄마 품에서 맘껏 어리광도 부리지 못하고
속으로만 멀리 있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저녁 푸르름에 젖은 눈물 끌어안고
어둠을 맞이했으리라 생각하니
코끝 시리게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엄마라서
내 엄마라서 다행입니다
알뜰하고 부지런한 살림꾼 대신
다정한 잔소리쟁이 엄마 노릇 대신
부족하고 느리고 어설픈 살림 솜씨에
혼자 고요히 책 읽는 모습으로
나에게 자유라는 선물을 슬며시 건네신
울 엄마가 내 엄마라서
새삼 고맙습니다
속이 꽉 차게 여문 배추가 아니고
작지만 야무진 알배기배추도 아니고
추위를 견디느라 바짝 땅에 붙어 자라
꽃처럼 옆으로 퍼진 초록 봄동을 보며
봄의 숨결 간직한 봄동의 노래 같은
울 엄마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지런하거나 야무지지도 못하고
단단하지도 않고 부스스 어설프지만
봄이라는 따사로운 이름을 안고
봄의 입김과 봄기운으로 풋풋한
초록 봄동 같은 엄마라서
더 많이 감사합니다
한겨울을 보내느라 속이 들지 못해
옆으로 퍼진 납작배추지만 풋풋하고 달고
고소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있는
이른 봄날의 봄동 같은 울 엄마는
애틋한 봄노래 같아요
속잎까지도 노랑 아닌 초록이라
산뜻하거나 화사하지는 않아도
엄마는 엄마라서 그저
귀하고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