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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ring Aug 11. 2024

초록의 시간 824 귀 쫑긋 하트

가을을 기다리는 커피

완전 소심 겁쟁이라

롤러코스터를 타본 적은 1도 없는데

롤러코스터처럼 빵빵 터지는 인생과

천둥 번개 요란 번쩍 빗줄기 넘치는

롤러코스터 날씨에 휘둘리며

이리저리 허둥지둥 갈팡질팡~


 사이에서 여유 좀 부려보자

갸름한 하트가 곱게 피어나는

카페라떼와 마주 앉아

어디쯤 가을이 오고 있는지

쫑긋 귀를 세워봅니다


한여름에도 어김없이 뜨아족이지만

유난히도 습하고 더운 올여름에는

얼음 동동 커피도  마시곤 했어요

얼죽아도 아니고 얼죽아도 못되면서

어설픈 얼죽아 흉내를 내 보았는데요


입추 이미 지나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으니

날씨야 뒤죽박죽이든 말든

출발 깃발을 나풀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오고 있을 가을을

반갑게 마중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라떼를 앞에 두고 앉습니다


갸름하니 예쁘장한 라떼아트가

오늘따라  쫑긋 하트로 보입니다

토끼 하트라고 중얼거리다가

가을을 기다리는 커피

쫑긋 하트라고 중얼거립니다


입술을 쫑긋대거나

귀를 쫑긋한다고 하죠

입술이 뾰족이 내밀려 있거나

귀가 빳빳이 세워지는 것을

쫑긋하다고 하는데

유난히 귀가 길고 귀여운

토끼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작고 귀여운 순둥이 토끼는

안타깝게도 살갗의 땀구멍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귀가 길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기다란 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니

신기하고 재미납니다


겁쟁이 토끼는

소심한 데다가 경계심도 많아

맛나게 먹이를 먹으면서도

먹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하게 세우고

두리두리 주변을 살핀답니다


겁먹은 듯한 눈과

놀란 듯 쫑긋 귀를 가진 토끼는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킬 만한

마땅한 무기를 타고나지 못해서

무조건 달아나며 피한다고 해요


빨리 듣고 잽싸게 달아나기 위해

안테나처럼 귀가 길어졌다고 하는데

사람보다는 제법 잘 듣지만

다른 동물들과는 거의

비슷하게 듣는다고 하니

귀가 길어질 수밖에요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을

토끼에 빗대기도 하지만

토끼는 순하고 귀엽게 생긴

모습과 전혀 다르게

엉뚱 반전이 있답니다


주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탓인지

순한 모습과 달리 화를 잘 낸다고 해요

파르르 화를 내는 모습이

놀란 토끼 뛰는 듯하다고 하죠


반 시간 정도 짧게 잠을 자기 때문에

자주 잠에서 깨어뒤척일 때

토끼잠이라고 하는데

토끼잠에 시달리던 열대야도

이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합니다


토끼잠에 뒤척이던

장마철 눅눅함이 서서히 물러가고

어디선가 보송보송 다가오는

가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토끼처럼 쫑긋 귀를 기울여봅니다


귀 쫑긋 모습으로 그려진

토끼 하트가 갸름하게 늘어지는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은 이미 가을입니다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처럼

영리하고 지혜롭게 항운을 몰고

깡충깡충 토끼 걸음으로 

가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서양에서 토끼의 발은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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