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449 커피 꽃이 피었어요
새하얀 꽃 커피 꽃
한 잔의 커피를 좋아해서
그리고 싱그러운 초록 잎이 좋아서
조그만 화분에 담긴 커피나무 한 그루를
햇살이랑 바람이 손 잡고 사이좋게 드나드는
베란다 한쪽에 놓았습니다
재스민 향기처럼 달콤한
커피 꽃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커피 열매도 꿈꾸지 않았죠
그저 윤기가 반짝이는
무성한 초록잎이 그냥 좋아서
창가에 두고 우두커니 내다보았어요
커피나무는 가시나무처럼
사시사철 잎이 지지 않는 상록교목이라서
늘 푸르고 키가 훌쩍 큰 나무랍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10미터 이상 자라는 키다리 나무래요
그런데요
한 그루 커피나무에도
소리를 듣는 귀가 열려 있나 봐요
커피를 마시며 커피나무를 내다보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렸거든요
아 키가 너무 자랐다~
키가 큰 나무답게 쑥쑥 자라 키다리가 된
커피나무를 내다보며 혼자 웃다가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 카페구나~
생각하고 또 웃었는데요
키가 너무 자랐다는 내 말속에
꽃에 대한 아쉬움이 깃들어 있었을까요
벌과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자라는 탓에
꽃이나 열매는 아예 기대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작고 어리고 애처로운 꽃이 피어서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거든요
가지치기를 해 주지도 않으면서
키만 자꾸 큰다고 중얼대는 내 말을
커피나무가 듣기라도 한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제법 새하얗고 고운 꽃을
올망졸망 피워내고 있으니
볼수록 고맙고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그렇담 커피체리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로부스타 커피나무는 인공수정을 해야 하지만
아라비카 커피나무는 자연수정이 된다는군요
커피 꽃이 수정이 되면 꽃밥이 갈색으로 변하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녹색 열매를 맺는데
커피체리라고 부르는 커피 열매는
루비 알갱이처럼 빨강으로 익어간답니다
한 알의 커피 씨앗이
두 달 정도 지나면 싹이 트고
일 년 후에는 가지와 잎이 우거지고
이삼 년이 지나면 꽃을 피우기 시작하다가
마침내 빨강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새하얀 다섯 꽃잎으로 피어나는 커피 꽃은
사흘을 넘기지 않고 금방 시들어 안타깝지만
커피 꽃이 무심히 지고 난 자리에
이번엔 녹색 열매가 맺히게 될지
자꾸만 들여다보게 될 것 같아요
봄바람에 초록 잎새 하늘거리며
향기롭게 다가서는 커피나무에게
살며시 말을 건네봅니다
초록 잎에 하얀 꽃 고마워~
이왕이면 다홍 열매까지 부탁해도 되겠니?
에이 욕심쟁이~라고
커피나무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얀 꽃을 주니 빨강 열매까지 달라고?
커피나무가 이렇게 말하는 듯
그러다 커피 한 잔 달라고
커피잔 들고 커피나무 곁을 서성이겠네~